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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후지와라오페라단은 일본오페라협회와 합병해 일본오페라재단 소속으로 니키카이오페라단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민간오페라단으로 활발히 공연하고 있다. 그리고 후지와라 요시에에 이어 후지와라오페라단의 2대 예술총감독을 맡았던 시모야카와 케이스케가 1930년 설립한 쇼와음악대학교와 깊은 연관을 맺으며 발전해왔다.
후지와라 오페라단이 이번에 두 번째로 개최한 ‘벨칸토 오페라 페스티벌 인 재팬 2019(Belcanto Opera Fesival in Japan 2019)’는 이탈리아의 ‘페스티벌 델라 발레 디트리아 인 마르티나 프란카(Festival della Valle d‘Itria in Martina Franca)’와 협력으로 진행됐다. ‘페스티벌 델라 발레 디트리아’는 매년 여름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마을 마르티나 프란카에서 열리는 오페라축제다. 오늘날 자주 공연되지 않는 오페라나 보기 드문 작품들을 공연하고 있으며 1975년에 시작해 올해로 45년째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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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페스티벌에서 오페라나 콘서트 등 공연만을 연달아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축제는 쇼와음대 학생들이 참여한 벨칸토오페라 콘서트까지 공연돼 전문성과 함께 교육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며 다양하게 구성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16일 쇼와음대의 질리오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바로크 오페라’ 콘서트는 지휘자 안토니오 그레코의 쳄발로, 현악앙상블의 반주와 소프라노 미츠오카 아키에, 카운터 테너 후지키 다이치의 연주로 유명한 바로크 오페라 아리아들이 연주됐다.
후지키 다이치는 섬세한 감성을 가진 카운터 테너로 현재 빈 슈타츠오퍼 등 세계적인 오페라극장 무대에 서고 있다. 이날도 결이 고운 음색과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정교한 표현력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인 미츠오카 아키에도 맑고 유연한 가창을 들려줬다. 그녀는 한국 무대에서 ‘얼굴’ 등 우리 가곡을 연주한 바 있다.
17일 공연된 스카를라티의 바로크 오페라 ‘명예의 승리’는 오페라 부파라고 불리는 희극오페라로 분류되지만 단순한 희극이라고 보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블랙코미디였다. 이 오페라는 스카를라티 말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스카를라티는 후기 바로크시대 나폴리 오페라를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는 작곡가다. 이번 공연에서도 다 카포 아리아(바로크시대 유행한 오페라 아리아의 한 형식)와 합창 피날레, 우아한 선율 등 그의 고유한 특징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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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칸토 오페라 페스티벌 인 재팬’이라는 이름의 이번 페스티벌에서 바로크 오페라를 중점적으로 다룬 것에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벨칸토 오페라의 기틀을 제공한 것이 나폴리 악파인 걸 생각하면 18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기원을 다시금 짚어보는 것은 적절한 기획이다. 더욱이 스카를라티 오페라와 같은 바로크 오페라의 전막을 감상하는 기회가 흔치는 않기 때문에 더욱 귀중한 경험이 됐다.
잘 알려진 인기 오페라 위주로 공연하는 것은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후지와라오페라단의 시도는 상당한 모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8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오페라단의 저력을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 상명대 교수(yonu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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