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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동’ 박정민 “30대에 연기한 반항아…예전 내모습도 떠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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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19. 12. 24. 00:00

'시동' 박정민
‘시동’ 박정민/제공=NEW
영화 ‘파수꾼’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 박정민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청춘의 아이콘이 됐다. ‘타짜: 원 아이드 잭’으로 관객들과 만난 지 3개월만에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으로 2019년을 마무리한다.

18일 개봉한 ‘시동’은 조금산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다.

박정민은 극중 방황하는 10대 고택일 역을 맡았다. 30대가 된 후 다시 10대로 돌아가고자 정서적인 표현에 집중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스크린 속에 택일로 분한 박정민은 택일 그대로다. 노랑머리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반항기 가득한 10대였다.

“송구해서 감독님께 ‘(10대 연기) 해도 되냐’고 물어봤어요. ‘파수꾼’때도 감독님께서 실제 고등학생이 하면 그 영화안에 있는, 10대 감정의 폭이 표현이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의 감정을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하셨죠. 장재현 감독님이 ‘시동’ 영화를 보시고 ‘연기 너무 잘하네, 저건 그냥 박정민이다’라고 하셨어요. 10대처럼 보이길 포기했고 요즘 애들 쓰는 말투나 단어들을 쓰면 더 아저씨처럼 보일 것 같아 포기했어요. 택일이 가지고 있는 정서가 중요하니 그걸 잘 표현하고자 노력했어요.

택일은 자신만 바라보고,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염정아)의 모습에 속상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입은 나쁜 말들을 내뱉는다. 박정민은 택일을 보면서 자신의 10대를 돌아보기도 했다.

“저도 택일이처럼 누군가에게 살갑게 잘 못해요. 그러다보니 부모님과 많이 싸웠죠. 대학생대는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도망갔어요. 사춘기가 늦게 왔죠. 영화 감독하고 싶다고 하고 학교를 탈출했어요. 영화 감독을 하겠다고 하니 화를 내셨고, 서로 말만하면 싸웠어요.”

'시동' 박정민
‘시동’ 박정민/제공=NEW
‘시동’을 웹툰으로 접했을 때 가장 공감이 많이됐던 건 택일과 엄마의 에피소드였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엄마의 마음을 느껴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생겼지만 실천까지는 어려웠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감정이지만, 택일과 엄마(염정아)의 이야기잖아요. 부모님의 마음을 알지만 표현을 잘 못하고, 계속 어긋나는 경우도 있고 큰 사건이 있거나 누군가의 각성이 있어야 사이가 봉합되잖아요. 촬영 할 때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극중 엄마는 택일을 위해, 아들을 키워보겠다고 사채를 써서 가게를 차리잖아요. 엄마도 엄마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모습을 상상하니 미쳐버릴 것 같았어요. 촬영하면서 엄마 생각을 많이 알게 됐지만 실천은 하지 않았어요. 아들이라 그런지 문자를 하거나 전화를 하는게 오글거리는 것 같아요. 다행히 동생이 잘 해주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영화에서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마동석과의 코믹 호흡은 영화의 관전포인트다. 마동석은 2020년 11월 개봉 예정인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이터널즈’ 촬영 중으로 스케줄상 홍보일정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박정민은 “동석 선배가 미국에서 마음을 많이 쓰고 계신다”라고 말했다.

“제가 ‘선배님 몫까지 해보겠습니다’라고 안심시켜드리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선배님한테 감동 받는 순간이 많았어요. 지난 추억 때 동석 선배와 경쟁작으로 붙었는데 ‘타짜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해주셨어요. 그런 점들이 항상 감사해요.”

마동석을 비롯해 염정아, 김종수, 윤경호, 최성은, 정해인 등과 함께한 작업 현장은 편안하고 즐거웠다. 앞서 ‘타짜’ ‘사바하’ 등 감정의 몰입한 연기들과는

“‘사바하’도 그렇고 ‘타짜’도 감정의 몰입한 연기라 촬영이 쉬는 날에도 다음 촬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준비를 했어요. 그와 반대로 ‘시동’은 큰 고민을 안고 현장에 가지 않았죠. 아무리 고민해도 실행이 안 되더라고요. 배우들이 준비해온 애드리브가 많아서 현장에서 순발력을 발휘해 재미있게 맞춰 나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현장에 갔어요. 사소한 것들, 디테일한 것들 감독님이 만들자고 했고, 배우들이 알아서 만들어가는 현장이라 즐거웠어요.”

‘동주’ 후 ‘그것만이 내 세상’ ‘사바하’ ‘타짜’에 이르기까지 순탄하게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박정민 역시 ‘시동’ 속 택일처럼 ‘어울리는 일’에 관해 고민에 빠진적도 있었다.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저의 부족한 부분들이 채워지더라고요. 보통 제 자신에 만족하지 않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해주는 말 한마디에 치유가 돼서 현장에 나가는게 즐겁고 좋아요. 현장에 있어야 덜 지치는 것 같아요. ‘내게 어울리는 건 뭘까’에 대해 늘 고민해요. 하고 싶은 거랑 잘하는 것은 다르잖아요. 저는 항상 하고 싶은 걸 할 뿐 어울리는 걸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제게 어울리는 걸 한다면 배우가 아닌 다른일을 했을 것이에요.”

그러면서 박정민은 영화 속 김동화(윤경호)가 상필(정해인)에게 “하다보면 어울리는 일이 된다”는 대사가 큰 충격을 줬다고 한다.

“연기를 하다보면 내게 어울리는 일이 된다는 걸 깨달았죠. 저는 연기를 동경했고 여기까지 왔어요. 정말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하고 싶어서 시작한 만큼 인내심을 갖고 잘 하고 싶어요.

숨 가쁘게 달려온 2019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알린 박정민은 배우로서 해 나가야 할 일에 대해 고민을 하며 2020년의 새로운 시동을 걸었다.

“올해는 시간이 정말 빨리 간 것 같아요. 요즘에 ‘박정민’이라는 배우를 알리고, 관객분들이 조금씩 저에 대해 인지를 하시는 것 같아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들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이제는 제가 해보고 싶은 것들도 해보고 싶고,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이 시점에서 뭘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볼 타이밍인 것 같아요.”

'시동' 박정민
‘시동’ 박정민/제공=NEW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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