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산사에서 최후통첩’ 추미애…“윤석열, 내일 오전 10시까지 답하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00708010005057

글자크기

닫기

이욱재 기자

승인 : 2020. 07. 08. 17:31

107732484_2986642508119604_4520018751567629159_o
7일에 이어 8일까지 연차를 내고 모 사찰에서 장고에 들어간 추미애 법무부 장관. 9일 오전 10시까지 자신의 수사권지휘 발동에 대한 답을 달라고 윤석열 검찰종장에게 최후통첩했다. /사진= 추미애 장관 페이스북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답을 달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수사지휘권을 수용하라고 계속해서 윤 총장을 압박한 추 장관이 이번에는 아예 시일과 시간까지 못박고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추 장관은 8일 “(수사지휘를 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며 “9일 오전 10시까지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추 장관은 “공(公)과 사(私)는 함께 갈 수 없다. 정(正)과 사(邪)는 함께 갈 수 없다”며 “저도 검찰조직 구성원의 충정과 고충을 충분히 듣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누구도 형사사법 정의가 혼돈인 작금의 상황을 정상이라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은 많이 답답하다. 우리 모두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된다”며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전면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추 장관이 사실상 결론이 정해진 답을 윤 총장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이 시일까지 명시해 윤 총장의 입장 발표를 재촉하는 것은, 감찰 등 다음 단계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법무부 내부에서는 윤 총장이 장관의 수사지휘를 일부만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힐 경우 30분 내로 강력한 후속 조치가 내려올 것이라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최악의 갈등은 피하기 위해 서로 한 발짝 씩 물러선 ‘절충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추 장관이 이날 수사지휘를 따르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거듭 보내면서, 의견 조율 카드는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이 시한을 못 박으면서 윤 총장은 더욱 다급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윤 총장이 입장 발표를 더 미룰 경우 추 장관이 ‘지시불이행’을 이유로 감찰 및 징계절차를 밟는데 명분을 만들어 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앞서 추 장관이 자신의 수사지휘를 ‘문언대로’ 이행하라고 촉구한 만큼, 윤 총장이 자세를 낮춰 추 장관에게 건의를 하는 모양새를 취하더라도 이를 지시불이행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윤 총장은 수사지휘 수용에 따른 조직 장악의 실패, 검찰의 독립성 침해, 수사지휘 자체의 위법성 등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하면서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편파수사’를 우려해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이 ‘검언유착’ 의혹으로 불리고 있지만 사건 제보자인 지모씨가 ‘함정취재’를 꾸몄다는 의혹이 있음에도, 수사팀이 이 부분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전날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은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제보자 지씨가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페이스북에 조롱하는 글을 올렸음에도 체포영장 청구 등 필요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수사팀을 이끄는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도 내부망에 글을 올려 “제보자를 조사하는 등 치우침 없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추 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연차휴가를 내고 산사에 들어가 향후 대응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자신의 SNS를 통해 “산사의 고요한 아침이다. 스님께서 주신 자작나무 염주로 번뇌를 끊고 아침 기운을 담아본다”며 “무수한 고민을 거듭해도 바른 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것에 생각이 미칠 뿐”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국무회의 등에도 참석하지 않고 연일 칩거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윤 총장을 넘어 청와대까지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며칠째 검찰총장과 극단적인 충돌을 벌이고 있는 자신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나 결단을 촉구하는 일종의 ‘무력시위’라는 분석이다.


이욱재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