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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두 가지 시스템이 공존하는 하나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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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0. 10. 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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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
지난 겨울 시작된 코로나19와 함께 어느덧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이 온 세상의 시스템을 순식간에 바꿔버릴 것 같았지만 과거의 익숙함이 변화의 과속을 막는 방지턱이 되고 있는 듯하다. 개인도 일상에서의 생활패턴을 갑작스럽게 바꾸기 어려운데 하물며 기업들은 기존의 사업 구조와 공급망 등을 변경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세상이 변화하는 방향성을 확실히 인식하고 늦기 전에 ‘관망’이 아닌 ‘실행’으로 모드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0년에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25%에 달했고 수입 비중은 2015년부터 20%를 초과했다. 이러한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중 통상갈등이 심화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무역이 타격을 입자 그 수치가 새삼스레 부각되고 한국이 최대 피해국인 것처럼 언급되기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20%를 초과하는 국가는 미국, 일본을 포함해 25개국 이상이며 수입 비중이 10%를 초과하는 국가는 75개국에 달한다는 것이다.

무역에 의존하는 많은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간 통상갈등에 ‘새우등’이 터지고 있다. 올해 초 미·중 1차 무역협정 합의가 타결됐을 때만 해도 막연한 희망을 품어 봤지만 코로나19 출현 이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강도는 한층 높아졌을 뿐 아니라 전선도 확장되는 모양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넘어 특정 중국 기업을 겨냥한 각종 조치가 남발하고 홍콩을 둘러싼 외교·안보적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양국 간 헤게모니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불확실성인데 코로나19 이후 미·중 갈등에 관한한 방향성은 확실해진 셈이다.

미·중 갈등이 상수가 된 세상을 두고 혹자는 “두 가지 시스템이 공존하는 하나의 세상(One World, Two Systems)”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적응해나가야 할까? 만약 두 시스템이 공존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충돌한다면 기업들은 결국 한 시스템을 선택하거나 적어도 각각의 시스템에 맞는 이원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물론 기업의 전략적 선택은 산업적 특성과 기업의 규모에 맞게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두 시스템의 갈등에서 빚어지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생산지로서의 매력과 소비지로서의 시장 잠재력이 큰 중국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최근 상하이 미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0 중국 비즈니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기업의 78.6%가 중국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겠다고 답변했다. 단 중국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겠다고 답변한 기업의 비중은 2019년 47.2%에서 28.6%로 크게 감소했고 주된 원인으로 미·중 갈등을 꼽았다.

파이낸셜타임즈의 논평가인 기드온 라흐만은 최근 칼럼에서 “우리는 이제 정치적 경쟁관계가 경제적 동기보다 더 중요한(political rivalry overrides economic incentives)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고 표현했다. 우리 기업들도 세상의 변화를 직시하고 적응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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