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ASML 노광기 독점 시도…경쟁자 삼성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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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기 물량 확보를 위해 이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을 직접 찾았다. 반도체 세계 1위를 위해서는 범용에서 최첨단 반도체까지 다양한 제품군 생산이 필수인데, 최근 TSMC의 공격적인 투자행보에 삼성전자의 장비 확보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전해진다. 평소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고 하며 직원들을 독려하던 이 부회장이 재판을 앞두고 네덜란드까지 몸소 달려간 것은 ‘반도체 세계 1위’라는 목표가 그에게 그만큼 큰 절박함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코로나를 뚫고 해외로 날아간 이 부회장의 절박함이 첨단장비 확보, 시장 확장, 반도체 세계 1위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목적이 뚜렷했던 이재용의 행보
이 부회장은 14일 오전 6박7일간의 유럽 출장 일정을 마무리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8일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13일(현지시간)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EUV 노광기 공급계획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반도체 개발 관련한 논의가 오갔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의 최고 책임자인 김기남 부회장과 함께 ASML 노광기 생산공장에서 EUV 장비 생산 현황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ASML 본사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나선 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와 미세공정 경쟁에서 더는 격차가 나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목표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서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이 TSMC를 능가해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3분기 시장점유율 전망치 53.9%로 1위를 차지해 2위인 삼성전자(17.4%)와 3배 가량의 격차를 유지했다. TSMC는 올 2분기 삼성전자에 앞서 5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최근 TSMC에 주문이 폭증하며 생산라인이 가득차자 퀄컴·엔비디아 등이 삼성을 찾았지만, TSMC보다 기술력에서 밀리는 한 지속적인 수주는 요원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현재 7나노 이하 반도체 제작 기술을 지닌 건 삼성전자와 TSMC 뿐이다. 이 분야는 막대한 투자비용 부담으로 추가 진입자가 나타나기 어렵다. 과점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은 기술력이 앞선 승자가 과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승자 독식 구조다. 삼성의 위기감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치열해지는 경쟁…삼성 한발짝 밀려
TSMC는 삼성보다 먼저 5나노 AP칩을 만들어 애플이 새로 출시한 아이폰12에 넣었다. 여기에 3나노와 2나노 개발 등에서도 삼성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TSMC는 2021년까지 대당 1500억원이 넘는 EUV 노광기 50대를 추가 구매한다. ASML의 내년 노광기 출하 목표는 45~50대로 사실상 생산되는 전량을 사들이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ASML에서 EUV 노광기 10여대를 공급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노광기를 독점하는 방식으로 삼성의 목을 죄겠다는 의도다. ASML의 EUV 노광기는 독일 칼자이스가 만든 렌즈 같은 수제 부품이 다수라 당초 계획보다 생산량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이 긴급히 나서 ASML 경영진과 담판을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은 EUV공정을 파운드리 라인 뿐만 아니라 메모리 생산에도 적용하고 있다. ASML 노광기 공급이 끊긴다는 건 주력 사업인 메모리 부문에도 장애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최고 결정권자로 ASML 경영진의 마음을 살 제안을 방문 시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평택 EUV 파운드리 라인 투자 때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TSMC가 매번 역대 최고 실적을 찍고 있으나 여전히 삼성전자는 체급에서 앞선다. 보유 현금량(110조원 이상)도 막대해 투자 여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TSMC와 달리 ASML 지분을 1.5% 소유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김기남 부회장과 함께 방문한 이상 ASML도 삼성 몫의 노광기 공급은 물론 현장에서 나온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