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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김학의 사건 이첩’ 발언…‘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부적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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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구 기자

승인 : 2021. 01. 26. 15:06

"법무장관 이첩 권한 없어" vs "장관 권한 범위 내 충분한 발언"
檢, 압수수색·소환 조사 등 속도…수사권 박탈 우려 목소리
인사청문 질의 답변하는 박범계 후보자<YONHAP NO-1755>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26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여부와,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특정 사건에 대한 생각을 언급한 것이 사실상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 장관, 사건 공수처로 이첩할 권한 없다

박 후보자는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전 차관의 불법출금 사건과 관련해 “공수처법에 의하면 현재 상태에서 공수처로 이첩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장관의 사건 이첩 권한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공수처법 3조 2항에 따르면 공수처는 대법원장 및 대법관·검찰총장·판사 및 검사·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해당하는 고위공직자가 재직 중 본인 또는 본인의 가족이 범한 고위공직자범죄 및 관련 범죄의 공소제기 및 유지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또 같은 법 24조는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과 중복되는 사건에 대해 이첩 또는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김 전 차관 불법출금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이규원 검사의 공문서위조를 비롯해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직권남용 등이다. 즉 현행법상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수사할 권한과 원할 시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을 권한을 모두 갖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이 공수처로 사건을 넘기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현재로서는 다른 수사기관이 공수처에 중복 사건을 이첩하거나 이첩을 요청할 권한은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박 후보자가 이를 언급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반면 이첩 논의는 법무부 장관의 권한 범위 내에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A변호사는 “특정 사건을 두고 법무부와 대검이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는 것은 매일같이 하는 일”이라며 “현재 법무부가 사건을 이첩할 권한은 없는 것으로 보이나 장관의 권한 범위 내에 있어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 김 전 차관 수사 속도 내는 검찰에 제동거나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3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지난 21~22일 이틀에 걸쳐 법무부와 대검찰청, 김 전 차관에 대해 긴급 출금을 요청한 이규원 검사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아울러 지난 주말에는 당시 법무부 출입국심사과장과 같은 과 실무진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박 후보자의 이첩 발언은 사실상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 반응이 나온다. 추후 인사권 행사할 수 있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건 이첩을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팀이 수사를 강행하기 부담스러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의 현재 상황도 걸림돌이다. 공수처는 이제 막 수사관을 모집하는 단계에 있으며,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 인선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3월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이 사건 이첩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중단한다는 것은 오히려 사건 진상을 파악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실상 수사권을 박탈하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오히려 엄정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발언이나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난 후에 입장을 표명하는 게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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