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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여행 가려면 남자 허가 받아’ 법원 판결 나온 亞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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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02. 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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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여성(오른쪽)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21세기에 여성이 여행을 가려면 남성 보호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나라가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운영하는 이슬람 법원이 최근 이런 판결을 내리면서 여성 인권 단체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약 200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살고 있는 가자지구의 샤리아 사법평의회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앞으로는 여성들이 남성 보호자의 허가를 받아야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판결했다. AP통신은 15일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무장단체(하마스)가 정권을 잡은 이후 가뜩이나 이스라엘과 이집트에 의해 국경이 봉쇄된 이 지역에서 여성들은 더욱 더 이동의 자유를 제한받게 됐다”고 우려를 표했다.

당장 여성들은 자기 의지로 좁은 해안 지대를 벗어나는 의료서비스나 고등교육을 받기 어렵게 됐다. 미혼 여성은 보통 아버지나 다른 나이든 남자 친척을 지칭하는 ‘보호자’의 허락 없이는 여행하지 못한다. 허가증은 법원에 등록해야 하지만 남자가 반드시 여행에 동행할 필요는 없다. 아울러 AP통신은 “판결문은 유부녀가 남편 승인 없이는 여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칙령에는 또 만약 여성의 여행이 ‘심각한 해’를 일으킬 경우 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여행을 막을 수 있게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하산 알 조조 대법원장은 이번 판결을 놓고 ‘균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논란이 되는 데 대해서도 이슬람 및 민법과 일치한다며 일축했다.

이번 판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후견법과 닮았다는 지적이다. 사우디에서는 여성이 여권 신청과 해외여행 등을 위해 남편이나 아버지, 심지어 아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자기 통장계좌를 개설할 수 없고 결혼도 이혼도 남성 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세계 여성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사우디는 2019년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는 등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이런 마당에 하마스가 오히려 역행한 것이다. 하마스는 1987년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로 창설해 2006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집권당이 됐다.

앞서 하마스는 이슬람국가(IS)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등 다른 무장단체가 옹호하는 이슬람 율법을 놓고 이번처럼 가혹한 해석을 내린 적이 없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팔레스타인은 올해 말 선거를 실시할 계획이다. 2007년 이후 지역을 통치해온 하마스가 생활환경에 대한 민심의 불만을 잠재우는 한편 보수 기반의 지지를 굳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성 인권에 대한 반발은 감수해야 할 정치적 리스크다. 가자지구에 기반을 둔 여성 인권단체 활동가인 자이나브 알 구나이미는 “이 판결이 성인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팔레스타인 기본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같은 법률로 여성이 16세에 결혼하고 스스로 여행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소규모 좌파 단체인 팔레스타인 인민당도 하마스 측에 결정 번복을 요구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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