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터져 나온 미국과 EU의 반도체 및 배터리 독립론은 위기의 대표적 징후들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배터리 등의 공급망 재검토를 지시할 때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EU 내에서는 한국과 대만에 쏠린 반도체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탈(脫)아시아’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메모리반도체 빅3 기업 마이크론을 보유한 데다 인텔이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마당이라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와 ‘제조 2025’ 전략에 박차를 가해 첨단기술과 인프라 장악에 나선 건 또 다른 도전이다. 미국의 견제에도 중국은 올해 양회에서 8대 신산업과 7대 과학기술에 대한 굴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로써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군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 5G, 데이터, 바이오, 미래차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차이나 머니와 힘겨운 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진짜 위기는 공급망 재편 자체보다도 선거에 매몰된 정치권이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현재와 미래 먹거리가 총체적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데도 정치권의 해법 제시나 우려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반도체 투자 기업들에 보조금을 주고 있고, EU는 신통상 전략을 마련해서 배터리 등 업계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의 정부와 국회는 규제 입법을 쏟아내며 되레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