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끼어맞추면 무엇이든 혐오 갈등 될 수 있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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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익명을 요구한 지방 사립대 대학생은 수업 중 교수에게 뜻밖의 과제를 받았다고 전했다. 해당 과제는 최근 논란이 불거진 ‘GS25 캠핑가자’ 포스터에 대한 의견을 논하라는 내용이었다. 각계각층에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성별 혐오 논란이 대학 수업으로 옮겨간 것이다.
앞서 지난 1일 GS25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캠핑가자’ 행사 포스터를 공개했다. 포스터에 나온 손가락 모양이 남성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목적이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뭇매를 맞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해당 편의점의 군부대 PX 계약을 전면 철회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9만7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손가락 모양은 이후 무신사·BBQ·교촌치킨·다이소의 홍보물에 이어 국가기관인 경찰청 교육용 홍보자료에서도 발견됐다. 지난해 7월 방영된 KBS2 예능 ‘1박2일’의 울릉도 편에서 남혐을 상징하는 ‘허버허버’ 자막이 쓰여 논란이 일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기업과 기관 등은 전면에 나서 사과하고 해명했다. 조윤성 GS25 사장은 사과문을 게시했고 논란이 된 포스터를 담당한 디자이너도 “(논란을)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메갈이나 페미의 상징으로 찍히고 있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경찰청도 “특정 단체와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문제는 남혐·여혐 당사자로 낙인이 찍히면 지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튜버 ‘보겸’은 ‘보이루’라는 용어로 여혐 논란에 휩싸여 3개월째 실랑이를 벌이다 소송 절차를 밟기에 이르렀다. 네이버 웹툰 ‘바른생활 길잡이’도 한 커뮤니티 이용자들에게 ‘좌표’(공격 대상자)로 찍혀 유명세를 달리던 웹툰 작가가 논란에 대한 해명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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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겸 문화평론가는 “양성평등은 기본적인 상식으로 (극단적인) 분위기에 휩쓸리기 보다는 원칙적 입장을 지녀야 한다”면서 “단순히 남녀 갈등으로 의제화 하는 것은 갈등을 부추겨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