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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SNS는 기본이며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다. 디지털 기반의 사고와 행동패턴이 중심인 MZ 세대들에게 지금은 어찌 보면 아날로그적 서비스라 할 수 있는 신탁제도를 소개하고 싶다. 신탁은 말 그대로 믿고 맡기는 제도인데, 통상 돈이 많은 사람들, 부동산이 많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도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자산관리를 설계할 수 있다. 특히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또는 결혼하지 않는 비혼을 생각한다면 더욱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신탁을 한다는 것은 나만의 가상의 재단이나 법인을 하나 만드는 것과 같다. 그 신탁이라는 가상의 재단에 내 재산을 넣어 투자도 하고 관리도 할 수 있다. 신탁 밖의 재산과 완전히 구분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금전을 처음부터 조금씩 그 신탁에 넣어 운용·관리할 수도 있고, 목돈이 생기면 다른 현금과 구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때부터 신탁을 설정할 수 있다. 그렇게 모여지고 늘어난 신탁 재산은 결혼 뒤 모이는 재산과 완전히 별개의 재산으로 인식된다. 결혼 후에는 별도의 부부 공동의 목적을 위해 신탁을 설정하고 운용해 갈 수 있다. 서로를 존중하되 자신만의 별도의 영역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신탁을 통해 이어가는 것이다.
또 최근 결혼 후 3~4년 안에 이혼을 하는 젊은 층들이 늘고 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젊은 층에게 이혼 이야기는 불쾌할 수 있겠지만 이혼 뒤에는 감정의 문제를 넘어 재산분할이라는 현실을 만나게 된다. 본인들만의 염려가 아니다. 갈수록 늦어지는 나이에 결혼하지만 아이를 갖지 않는 자녀들을 둔 부모들은 향후 재산 증여 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자녀에게 증여를 했는데 자녀가 아이도 없이 헤어지면 자녀 명의 재산에 대해 분할 요구를 하게 되는 식이다. 또 자녀에게 갑작스런 유고 등의 문제라도 생기면 자녀의 배우자에게 단독으로 재산 상속이 되기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결혼 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가상의 자산관리 법인인 신탁을 설정, 엄격한 구분관리를 통해 그 이후에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들에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MZ 세대식 관리가 아닐까 싶다.
비혼을 추구한다면 자신만의 신탁을 설정하고 현 제도에서 허용하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재산을 굴릴 수 있다. 또 단순히 자산증식만이 아니라 내 돈이 내가 생각하는 공익적 분야에 투자될 수 있는 운용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아직은 영미권처럼 다양한 사회적 투자운용이 제한적이나, 앞으로 더 폭넓은 운용과의 결합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더욱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신탁은 얼마든지 지급방식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곳으로의 기부참여도 구성할 수 있다. 자신만의 개성있는 자산관리 바스켓인 신탁을 설정하는 MZ 세대가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