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보험업 수익 개선 집중
디지털 전환 두토끼 몰이 가속도
재무적투자자의 풋옵션권리 인정돼
합의·추가소송 놓고 분쟁불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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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ICC 중재판정부는 교보생명 풋옵션 행사를 둘러싼 신창재 회장과 FI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주주간 분쟁에 대해 FI측이 주장한 40만9000원의 풋 행사 가격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 측은 각자 자신들이 승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분쟁의 핵심은 풋옵션 행사 가격이었던 만큼 ICC는 신 회장에 대해 판정승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신 회장은 그간의 경영 불확실성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2018년 어피니티컨소시엄은 신 회장을 상대로 주당 40만9000원에 풋옵션을 행사하고 나섰다. 총 2조122억원 규모다. ICC가 이를 정당한 풋 행사로 판단했다면 신 회장은 2조원이 넘는 풋 금액에 이자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금 마련을 위해 자신의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해야 할 경우 경영권까지 흔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ICC가 FI가 주장한 풋 가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신 회장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큰 고비를 넘긴 만큼 신 회장이 본격적으로 신사업 등 내부 경영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신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회의에서 한 손엔 기존 사업의 수익성 강화, 다른 한 손엔 신사업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양손잡이 경영’을 본격 추진하겠다 밝힌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편정범 채널담당 사장을 대표이사로 새롭게 선임하며 3인 대표 체제로 재편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 회장은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전략기획 담당, 윤열현 사장은 자산운용과 경영지원을 총괄하고, 새로 선임된 편 사장의 경우 보험사업의 수익성 개선과 디지털 전환 업무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 사장을 신 회장이 직접 추천한 만큼 양손잡이 경영에 힘을 싣기 위한 인사인 셈이다. 교보생명의 수익성은 지난해 부진을 벗고 최근 개선세에 있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610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9.5% 증가했다. 신 회장은 각자 대표의 역할 분담을 통해 경영 효율을 살려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불필요한 소모전을 벗어나 신사업 추진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교보생명은 금감원 종합검사에서 ‘생보 빅3’ 중 유일하게 중징계를 피한 만큼 경쟁사에 비해 신사업 추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기존 디지털 혁신지원실을 DT지원실로 확대 개편하고 아마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는 한편, 마이데이터 시장 선도를 위해 대내외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손잡고 인공지능(AI) 챗봇 ‘러버스 2.0’을 오픈하는 등 언택트 서비스 확대에 한창이다.
다만 과제도 산적했다. 우선 ICC 중재판결부가 풋옵션에 대해서는 유효하다고 판단한 만큼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신 회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의 보유 지분을 되사야 끝난다는 이야기다. 2012년 당시 매입가가 1조 2000억원이었던 만큼 투자자들은 이보다 높은 금액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어피니티는 지분 인수 후 현재까지 교보생명의 배당금으로 2000억원 이상을 챙겼다.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아 FI들이 엑시트할 수 있도록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 회장의 보유 지분으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으나 1조원 이상의 자금 마련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자금부담을 덜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새로운 ‘백기사’를 찾는 일이다. 최근 현대카드가 대만 푸본그룹을 투자자로 영입한 것처럼 어피니티 컨소시엄을 대신해 교보생명에 투자할 전략적 투자자를 찾는다면 황급히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덜고, IPO도 시장 상황에 맞춰 차분히 준비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시장 상황과 교보생명의 자금 사정 등을 고려해 IPO 재도전도 준비해야 한다. 오랜 초저금리 시대를 벗어나 금리상승기에 접어든 만큼, 업황은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아직 향후 IPO 계획에 대해 밝히기는 어려운 단계”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