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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왜 끄기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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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기자

승인 : 2021. 09.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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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국립소방연구원장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곳곳에서는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인류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 개발한 기술과 산업이 오히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앙의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한 기온 상승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해법을 찾기 위한 UN 주도의 정치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급기야 목전으로 다가온 자연의 위협에 위기감을 느낀 나라들은 늦은 감이 없지 않은 탄소중립정책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바로 탄소발생량을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기존의 내연기관자동차를 전기차로 교체하는 것이라고 분석한 세계 각국에서의 전기차 생산과 운행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2040년에는 전기차의 점유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전기차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절대적 장점이 있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불을 끄기 어렵다는 치명적 단점도 있다.

전기차에 내재된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그리고 전하의 이동은 가능하지만 양 극의 물리적인 접촉을 막아주는 분리막으로 구성돼 있다. 배터리 제조상의 결함이나 외력에 의해 이 분리막이 손상되면 절연이 파괴되므로 많은 열이 발생한다. 이렇게 배터리에서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면 가스도 만들어지는데, 여기엔 가연성가스와 산소가 포함돼 연소 조건이 충족된 환경이 만들어지므로 폭발적인 연소현상이 발생한다.

소방대가 일반적인 화재현장에서 불을 끌 때, 물을 뿌려 냉각시킴으로써 연소에 필요한 열에너지를 낮추는 방법을 주로 쓰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연소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면을 덮어서 연소에 필요한 산소의 공급을 차단하는 방법도 쓴다. 그러나 전기차는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숨어 있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외부에서 물을 뿌려도 빼앗는 열량이 미미하고, 자동차 외부를 덮어 산소의 공급을 차단해도 열폭주에 의해 발생한 가스에 산소가 포함돼 있으므로 불이 쉽게 꺼지지 않는다. 이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소방대는 전기차 화재현장에서 난감해하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에 등록된 자동차 수와 소방청의 화재통계를 분석해보니 자동차 1만 대당의 화재발생률이 전기차는 1.63이고, 내연기관자동차는 1.88로서 전기차의 화재발생률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전기차 화재 중에서도 소화에 어려움이 있는 배터리 발화에 의한 화재 건수만으로 한정하면 화재발생률은 0.52로 더 낮아진다.

여기서 통계를 들먹이는 이유는 전기차 화재의 심각성은 전기차에서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데 있다기보다는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끄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의 전기차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2020년 전기차 판매량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4위에 올라있고,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률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차지한 비율을 합치면 33.9%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전고체배터리 개발 등 본질적으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겠고, 이에 더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잘 꺼질 수 있도록, 즉 소방대가 뿌리는 물에 의해 배터리가 쉽게 냉각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제작된 전기차가 생산된다면 세계의 소방관들이 환호할 것은 분명하고, 차도 더 잘 팔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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