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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업체들은 현대차의 전기차 출고 적체를 기회로 보고 눈치 싸움이 한창이다. 물량을 한국으로 돌려 한정된 보조금 쟁탈전을 벌이겠다는 식이다. 재계에선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발로 뛰는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 장악 성패가 달린 반도체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해야 할 중요 시점이라는 시각이다.
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E-GMP를 적용한 현대차그룹의 첫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는 지금 신청해도 1년 이상 대기를 해야 하는 상태다. 후속 전기차 세단 ‘아이오닉6’가 7월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알려진 상황이라, 기존 계약자 중 이탈자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한 지역 대리점 확인결과 전기차는 물론이고 같은 차종의 가솔린 모델이냐, 하이브리드 모델이냐에 따라 출고 대기가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에 들어가는 반도체 개수가 내연기관보다 배 가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달 신청해도 아이오닉5를 받으려면 1년을 훌쩍 넘겨야 하고, 투싼은 가솔린 모델도 평균 10~11개월이 소요되는데, 만약 하이브리드를 택하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게 대리점 측 설명이다. 싼타페는 가솔린 모델 인도기간이 3~4개월이지만, 하이브리드는 8~9개월을 대기해야 한다. 베스트셀러 그랜저도 4~6개월, 아반떼는 4~7개월 소요된다. 납기가 가장 빠른 쏘나타는 가솔린 모델이 불과 6주 만에 차를 받을 수 있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는 “투싼을 예로 들면 현대차에서 내려온 공문에는 ‘6개월 이상’이라고만 예상 납기가 표기돼 있지만, 예전에 계약을 넣었던 고객이 실제 차량 인도에는 11개월 이상 걸렸던 걸 감안해 문의에 답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이오닉5 같은 전기차는 사실 출고가 막연한 상태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출고기간을 앞당길 방법에 대해 대리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영업소에서 계약 고객이 차량 인도를 취소하는 경우, 영업직원이 선착순으로 선점해 새 고객에게 인도할 수 있다”고 했다. 발품을 팔면 그만큼 출고 시기를 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취소 차량과 원하는 옵션 사양이 다르더라도 감내해야 한다. 그 외 옵션별로도 출고기간이 달라지지만 때마다 부품별 수급 상황이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어, 특정 옵션 제외에 따른 기간 단축을 특정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기아와 제네시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E-GMP 기반의 기아 EV6와 제네니스 GV60 역시 대기기간이 1년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기아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2분기부터 완화될 것으로 보고 수급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수입차업계에선 현대차의 출고 적체를 기회로 보고 대대적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 상륙한 폴스타와 볼보의 ‘리차지’ 출시가 대표적이다. 한정된 보조금을 먼저 타가야 하는 상황에서 물량이 있는 곳으로 소비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선 틈새가 보인다면 다른 국가에 배정될 물량을, 한국에 쏟아붓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며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테슬라가 모델3를 한국시장에 대거 풀면서 보조금을 싹쓸이 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는 초기 시장 선점으로 충성 고객 확보가 중요한 만큼 서둘러 적체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신차 경쟁이 워낙 치열한 상황이라, 출고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고객들은 변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반도체 부족사태에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는지가 올해 판매량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올 후반기로 갈수록 반도체 문제는 서서히 해결 국면에 들어 설 것”이라며 “생산성이 올라가고, 판매량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에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특단의 대책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기에서 진짜 빛을 발하는 게 오너 리더십”이라며 “발로 뛰며 반도체를 최대한 확보하고, 운용의 묘를 살려 급한 시장부터 챙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