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가면·인형과 물아일체된 배우들의 노련한 움직임 '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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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온 킹’의 첫 장면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코로나19 탓에 동물들이 객석 통로를 걸어가며 등장하는 연출은 생략됐지만, 웅장하고 환상적인 오프닝은 관객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150년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오프닝으로 선정된 바 있는, 그야말로 명장면이다.
3년 만에 돌아온 ‘라이온 킹’은 코로나 사태로 우여곡절 끝에 한국 관객과 만났다. 한 차례 개막을 연기하고 두 차례 개막 공연을 취소한 후 서울 예술의전당에 닻을 내렸다. 공연장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연의 백미는 동물 가면과 인형(퍼핏)들이다. 퍼핏과 물아일체가 된 듯한 배우들의 노련한 움직임은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낸다. 두 다리에 대나무를 연결해 느릿하게 걸어가는 기린은 우아하고, 여배우가 섬세한 움직임으로 구현해낸 치타는 섹시하기까지 하다. 수레바퀴로 회전하며 전진하는 가젤, 배우의 팔로 활 모양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영양 등 상상력으로 구현된 동물들의 모습은 놀랍기만 하다. 장인의 손길이 닿은 것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진 퍼핏과 가면들은 작품의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이 무대에서 전혀 다른 느낌으로 구현된 데는 연출가 줄리 테이머의 공이 크다. 테이머는 인도네시아에 머물며 아시아 가면 무용극과 인형극을 연구한 경험과 아프리카 마스크에서 영감을 받아 마스크와 퍼펫, 배우를 하나로 융화시켰다.
때문에 무대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문화가 겹쳐져 보인다. 줄리 테이머 역시 “아시아 문화에서 퍼핏, 안무, 연출에 영감을 받았기 때문에 인터내셔널 투어는 일종의 귀환”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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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튼 존과 팀 라이스가 빚어낸 선율은 익숙하면서도 아름답고, 무대 양옆에서 전통악기로 직접 연주하는 아프리카 사운드는 심장을 뛰게 만든다.
공연에서는 영어 대사 외에 스와힐리어 등 아프리카의 6개 언어가 사용된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순 없지만, 신비롭고 주술적인 느낌을 선사하는 데는 효과 만점이다.
작품에는 사물을 불빛에 비췄을 때 생기는 그림자를 이용한 ‘섀도우 퍼펫극’도 등장한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섀도우 퍼펫극은 극중 요긴하게 활용돼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배우들은 ‘대박’ ‘극대노’ ‘아싸’ ‘감사합니다’ 등 한국말도 종종 하면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극중, 실의에 빠진 어린 사자 심바에게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친구들이 부르는 노래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는 ‘걱정 마, 잘 될 거야’란 뜻의 스와힐리어다. 요즘 같은 때, ‘하쿠나 마타타’야말로 ‘정말 멋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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