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잠식이던 재무 구조도 획기적으로 개선해
대우조선, 쌍용차, KDB생명 등 매각 실패는 한계
산은 부산 이전도 재차 비판…"껍데기뿐인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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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의 ‘산은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해서도 “껍데기만 논의하는 현상이 안타깝다”며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이 회장은 “과거 산은의 정책금융 기능 분할로 경쟁력이 훼손됐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동걸 회장 “산은 구조조정 성과 11건 달해”
이 회장은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정권 교체기마다 ‘흠집 잡기’가 발생하는데, 이는 소모적인 정쟁 행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7년 9월 산은 회장으로 취임해 2020년 9월 산은 역사상 26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선 산은이 5년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산업은행을 세 개로 쪼개야 된다는 등의 비방은 도를 넘는 무책임한 정치적 비방이자 산은 조직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산은의 성과보다 실패 사례만을 조명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2017년 취임했을 때 정리되지 않은 대규모 부실기업이 10여개에 달했다”며 “그 전 3~4년 동안 구조조정 손실액은 14조5000억원에 달했는데, 이를 감수하고 산은이 생존한 것은 기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은이 5년간 금호타이어 매각, 한국GM 경영정상화, STX조선해양 매각,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등 11개 구조조정을 성공한 점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 매각 무산에 대해 “유럽연합(EU)의 자국 이기주의로 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수 주체의 대주주 부적격 판정으로 무산된 KDB생명 매각 건은 재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쌍용차는 본질 경쟁력이 취약한 상태로 지속 가능한 사업성을 우선 증명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도 성공적으로 완료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가 또 다른 성과로 제시한 것은 재무 개선과 정부 재정에 대한 기여, 혁신성장 및 신산업 육성 등이다. 구조조정의 성공으로 회수액이 증가한 데다 자본 잠식 실정까지 몰렸던 산은의 이익잉여금이 크게 확대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산은의 이익잉여금은 2016년 1조3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7조4000억원으로 확대됐고, 지난 5년간 법인세와 배당금으로 납부한 금액은 2조2102억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산은은 혁신기업 지원으로 5년 동안 4조1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매각 무산 등 책임론…“산은 입장 대변에 가장 적극”
금융권에선 대우조선, 쌍용차, KDB생명 등 매각이 연달아 무산된 것에 대한 비판이 여전하다. 공격적인 매각 추진에 몰두하면서 인수 대상을 꼼꼼하게 점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은 인수 대상으로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을 선택하면서 시장지배력을 과도하게 키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역시나 독과점을 우려한 EU(유럽연합)의 기업결합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쌍용차와 KDB생명 매각은 우선협상대상자인 에디슨모터스와 JC파트너스가 각각 인수대금 미납, 대주주 변경 승인 요건 미비로 인해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다만 이 회장이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 가능한 정상화 등 구조조정의 3원칙을 강조하며 ‘시장형 구조조정’을 추진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산은의 부산 이전 등에 대해 산은 내부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는 간담회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역 균형 발전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합리적인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산은의 부산 이전으로 부산·울산·경주(부울경) 지역에 2조~3조원의 부가가치가 창출할 것이라는 주장은 학자로서 보기엔 근거가 전혀 없다”며 “오히려 국가 경제에 20조~30조원의 마이너스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과거 이명박 정부가 산은의 정책금융 기능을 분할했던 사례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산은의 경쟁력이 훼손됐다”며 “이 같은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부울경은 대한민국의 알짜산업을 다 가지고 있다”며 “부산이 제2의 경제도시라고 한다면 구조조정 등 노력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