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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다 질로 승부”…김용범號 메리츠화재, 사상최대 실적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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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기자

승인 : 2022. 11. 13. 16:51

3분기 별도 순익 기준 업계 2위...손보업계 '메기'역할 톡톡
자동차보험 대신 마진 남는 장기인보험 영업 극대화
'양보다 질 좋은 매출' 올려 내년 신회계기준 준비 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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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 DNA를 요약하면 '본질에 집중하는 영업'이다. 메리츠화재가 7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업계 판도를 흔들고 있다. 올 초부터 실시한 실손의료보험 심사 강화 등으로 실적이 증가한 손해보험업계서도 메리츠화재의 성장이 단연 눈에 띈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영업효율성이 업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의 탄탄한 영업력 뒤에는 2015년부터 꾸준히 '가치경영'을 강조해온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이 자리한다. 그는 취임 이후 조직을 작은 집단으로 나눠 직원 스스로 중심이 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아메바 경영(전원 참가형 경영)'을 도입해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매달 초, 김 부회장이 직접 쓴 CEO(최고경영자) 메시지는 직원들에게 실적과 현안을 공유함과 동시에 스스로 역량을 체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이 메시지에서 김 부회장은 '양 보다는 질 좋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선 쉬운 영업은 멀리할 것'을 강조했다. 메리츠화재가 사상 최대 실적은 물론 업계 '메기'로 불리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배경이다.

◇'질 좋은 매출'인 장기인보험이 순익 이끌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메리츠화재의 누적 순이익은 72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1% 증가했다. 업계 3위 수준이지만, 자회사 등을 제외한 별도 순이익 기준으로는 2위다. 업계 1위 삼성화재와의 격차도 200억원에 불과해, 김 부회장의 '1등 손해보험사' 목표도 머지 않았다. 매출액은 7조9524억원, 영업이익은 999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7%, 56.5% 늘었다.

앞서 메리츠화재는 자동차보험을 줄이는 대신 수익성 확보를 위해 장기인보험을 중심으로 영업해왔다. 장기인보험은 납입기간이 3년 이상인 건강보험 상품으로 암·어린이보험 등이 해당된다. 이에 따라 여름철 집중 호우와 태풍 등 자연재해에도 불구하고 메리츠화재는 장기인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온 덕분에 손실을 최소화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메리츠화재가 지속적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내년 보험업계는 IRFS17(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있다.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해 마진을 당기순이익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장기보험 계약의 미래가치가 손익으로 평가된다. 당장은 손실이 나더라도 매출 증가를 위해 보험상품을 팔았다면, 앞으로는 하나의 보험 상품을 팔더라도 마진이 많이 남아야 수익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메리츠화재에겐 호재다. 그동안 업계 최저 승환율을 기록하며 질 좋은 매출을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메리츠화재의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은 3분기 97.3%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3.1%포인트 개선된 수치다. 업계선 이 비율이 100%를 초과하면 손실, 100% 이하면 흑자가 났다고 본다. 손보 빅3 중 합산비율이 100% 이하는 메리츠화재가 유일하다.

◇2025년 '트리플크라운' 달성 목표 기대되는 이유
김 부회장은 2025년까지 메리츠화재를 '장기인보험 매출 1등, 당기순이익 1등, 시가총액 1등'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를 위해 김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업계 게임체인저로서의 위상을 잃지 말고, 목표를 구체화 시킬 것, 쉬운 영업은 멀리할 것'을 주문했다. 자산운용 역량과 영업효율성 지표 등 이미 수치로는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3분기 말 메리츠화재의 투자이익률은 4.6%로 업계 평균 대비 1%포인트 이상 높다. 대체투자에 대한 전문성과 차별화된 리스크 관리로 높은 자산운용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평가다.

ROA 또한 2019년 이후부터 업계 1위를 계속 유지 중이다. 자산총액에서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메리츠화재의 ROA는 3.4%로 업계 상위사 평균(1.8%)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영업이익률도 월등히 높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화재와 DB손보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4.87%, 5.27%인 반면, 메리츠화재는 7.26%에 달했다.

리스크 관리 역량도 우수하다. 9월 말 RBC(지급여력) 비율은 185.4%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3분기 책임준비금 적정성평가(LAT) 잉여금 비율 또한 76.0%로 손보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신용등급 A급 이상의 건설사 등이 보증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만 취급하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해오고 있다"며 "양질의 신계약 확보를 통한 수익성 중심의 매출 성장과 비용 효율화에 매진한 결과 순이익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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