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리더십으로 조직력 극대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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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 SK에 패한 인삼공사를 놓고 전문가들은 시즌 동안 고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결과는 정반대였다. 인삼공사는 처음부터 한 번도 1위를 내주지 않고 그대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예상을 뒤엎는 결과에는 국가대표 사령탑을 지낸 김상식 감독의 온화한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상식 감독 체제 하에서 인삼공사는 조직적이고 유기적인 농구를 완성했다. 김 감독은 앞서 인삼공사 전신인 SBS, KT&G에서 선수·코치·감독대행을 두루 경험했다.
선수 시절 전문 슈터로 명성을 날렸던 김 감독은 당시 경험을 살려 코트에서 뛰는 선수 5명이 모두 유기적으로 움직여 기회를 창출하는 '모션 오펜스'를 접목하고 강조하는 농구를 했다.
그 결과 전성현의 공백이 최소화됐다. 대체 선수 1명이 아닌 고른 선수기용으로 2~3명이 몫을 나누도록 한 조치다. 놀랍게 인삼공사 소속 선수들은 여러 명이 골고루 점수를 올리며 기복 없는 경기력을 유지했다.
문제는 모션 오펜스가 많은 체력 소모를 불러온다는 데 있다. 이 단점을 김 감독은 폭넓은 선수층을 활용하면서 극복했다. 이렇게 체력 관리를 한 덕분에 인삼공사는 정규리그를 넘어 빡빡한 일정 속에 치른 이달 초 동아시아슈퍼리그(EASL)에서도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는 힘을 발휘했다.
내부적으로는 김 감독이 선수 의견을 경청하고 선수 간 소통을 유도했다. 또 팀 훈련을 줄이고 개인 훈련을 늘렸다. 통제가 아닌 자율로 효율성을 높여나간 것이다. 부임 후 외국인 선수들을 교체하지 않은 것도 높이 살만하다. 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함께한 오마리 스펠맨, 대릴 먼로과 끝까지 동행해 조직력의 극대화를 이뤘다.
인삼공사가 2016~2017시즌 이후 6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팀 창단 최초이자 한국농구연맹(KBL) 통산 3번째인 '와이어 투 와이어'로 장식한 결정적 배경이다.
김 감독은 우승 원동력에 대해 "팀워크라고 생각한다"며 "지도자 생활을 해오면서 내 생각을 바꿔왔다. 선수들을 다그치는 것보다는 칭찬해주고 괜찮다고 해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훈련량은 줄였고 훈련하는 만큼 휴식도 보장해주려고 노력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준비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