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초아 제치고 159주 세계 랭킹 1위
가난한 가정환경 딛고 입지전적 인물로 우뚝
|
고진영은 27일 공개된 8.31점을 얻어 7.45점의 2위 넬리 코다(25·미국)를 따돌렸다. 이로써 고진영은 새 역사를 썼다. 한 시대를 압도했던 '여제' 로레나 오초아(42·멕시코)를 제치고 역대 최장(159주) 세계 랭킹 1위를 지킨 선수가 됐다. 고진영은 올해 3월 HSBC 월드 챔피언십, 5월 파운더스컵 우승으로 시즌 2승과 통산 15승을 달성하고 5월 23일 약 7개월 만에 세계 1위에 복귀했다.
고진영은 언뜻 차가워 보이는 인상에 곱게 자랐을 것 같은 외모다. 부잣집 막내딸로 밝고 티 없이 컸을 것 같은데 오히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골프를 그만 둬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절이 있을 만큼 고난의 과정을 겪었다.
고진영은 어릴 적 아빠 무릎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당시 박세리(46)가 US 여자 오픈을 우승하고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트로피가 너무 예뻐서 갖고 싶다고 시켜달라고 했던 게 스스로가 밝힌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물론 부모님은 못하게 했다. 이후 초등학교를 열심히 다니던 고진영은 마침 집 옆에 있던 골프 연습장에서 우연히 골프채를 잡게 됐다. 고진영은 "그때는 반에서 친한 친구랑 같이 취미로 했는데 그 친구가 나보다 잘 쳐서 그 친구를 이기려고 더 기를 쓰고 했었다"고 떠올렸다.
고진영은 운명처럼 골프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아마추어 시절 집안 사정을 알게 되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며 힘들게 골프를 시켰기 때문이다. 철이 들고 그런 상황을 보면서 골프한 걸 후회도 많이 했다. 고진영은 포기하는 대신 더욱 이를 악물고 골프를 쳤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골프가 가족 모두를 책임지는 생계 수단이 된 이상 그는 남들보다 더 악착같을 수밖에 없었다.
고진영은 인성도 훌륭한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또래에 비해 일찍 철이 든 고진영은 남을 배려할 줄 안다. 국내에서 활약하던 시절 고진영은 대회장에서 만난 팬들에게 식사하셨나며 와주셔서 고맙다고 얘기해주는 선수로 유명했다. 팬들은 그런 인성에 반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고진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석권하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해서도 누구보다 꾸준하게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고진영과 비슷한 길을 걸은 선수는 수없이 많다. 국내 최강자로 군림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반짝한 뒤 사라지는 선수들과 고진영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가족의 힘과 인성이다. 이 두 가지가 지금의 고진영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넘어져도 일어설 줄 아는 '오뚝이' 고진영의 성공 신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한창 국내에서 조명 받던 시절인 20대 초반 고진영은 "골프 말고도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30살 이전에 은퇴하고 싶다"고 했지만 현재 실력과 기세라면 전성기는 5년 이상 더 지속될 수 있을 걸로 기대된다. 이날 신기록을 수립한 고진영은 "오초아와 같은 선상에서 오르내리는 것이 영광"이라며 "행복한 일이지만 겸손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