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들, 대손충당·준비금 2배 늘려
삼성·메리츠증권, 적립전환…관리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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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에 띄는 곳은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다. 부동산PF 신용공여 규모가 업계 상위권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1년 전과 비교해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리면서도 대손준비금을 쌓았다. 삼성과 메리츠증권 모두 그동안 리스크관리를 강점을 내세웠던 만큼, 보수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란 해석이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5조원 이상 증권사(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9월말 대손충당금은 94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손준비금 적립액은 1126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부동산PF·해외대체투자 등에 대한 손실 우려의 증가와 금융당국의 보수적 리스크관리 요청을 증권사가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기업이 보유 자산 중 부실 등의 이유로 회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손실을 미리 적립하는 것이 대손충당금이다. 대손준비금은 기업회계(IFRS)상 대손충당금이 감독기준 대손충당금에 미달할 경우 그 차액만큼 별도로 적립하게 한 법정준비금이다. 이들은 금융회사의 손실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다.
대손충당금은 '비용'으로, 대손준비금은 '자본'에 반영된다. 대손충당금은 수익성과 연관되고, 대손준비금은 배당과 연결된다. 환급이나 차감 가능성이 있지만,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늘리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를 두고 증권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좋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더해 일정 수준 이상의 손실 흡수력을 확보하면 된다. 대손충당금이 크게 늘면 대손준비금 적립금에서 차감이 발생하거나, 대손충당금이 줄어들면 대손준비금이 증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다,
실제 1년 전에 비해 2배가 넘게 대손충담금이 늘어난 삼성증권(1595.5%)과 하나증권(216%), 한국투자증권(152.6%), 메리츠증권(115.4%) 중 올해 9월 하나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대손준비금 적립금은 각각 12억원, 381억원 차감됐다.
반면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9월 차감에서 올해 적립으로 전환됐다.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리면서도 대손준비금 역시 늘어난 것이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 모두 부동산PF 신용공여 규모가 업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 신용손실 리스크도 크다.
이에 충당금과 준비금을 보수적으로 쌓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3분기까지 안정적인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준비금 적립 부담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올해 분기별로 대손준비금 적립액을 살펴보면 적정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며 "곧 공표될 자산건전성 분류 등을 봤을 때 손실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부동산PF 규모가 큰 메리츠증권도 리스크 관리 강도를 높였다. 작년부터 시작된 금리인상과 부동산 경기 악화로 관련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 선순위 투자자로 참여해 부실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여러 단계를 거쳐 충당금을 쌓은 상태에서 리스크 관리를 더 잘하기 위해 대손준비금을 늘렸다고 이해해달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