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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8305명 유급·46명 제적…‘트리플링’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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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05. 09. 15:37

본과 유급률 평균 56%…국시·병원수련 일정 영향
예과 성적경고 3027명, 1과목 수강자도 1389명 달해
전국 의과대학 재학생 10명 중 4명이 유급 판정을 받았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했던 의대생들에 대한 학사 조치가 이뤄지면서 유례없는 대규모 유급 사태가 현실화했다. 2024~2026학번이 한 강의실에 뒤섞이는 '트리플링' 구조도 불가피해졌다.

교육부는 9일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보고한 학사 처리 결과를 발표하며 재학생 1만9475명 중 8305명이 유급, 46명이 제적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의대생의 43%에 달하는 규모로 유례없는 집단 유급 사태다.

본과 전 학년에 걸쳐 유급률은 50%를 넘었으며 본과 3학년의 유급률이 59.6%로 가장 높았다. 본과 1학년과 4학년도 각각 57.1%, 55.7%로 절반 이상이 유급 처리됐고, 본과 2학년 역시 53.0%에 달했다. 특히 본과 4학년은 졸업을 앞두고 있는 시기인 만큼 유급은 곧 국가시험 응시 지연과 직결되고 병원 수련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단순한 학사 지연에 그치지 않는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미 '트리플링'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 트리플링이란 하나의 학년에 세 개 학번이 함께 수업을 받는 상황을 말한다. 보통 학년별로 한 학번이 편성돼 수업을 듣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규모 유급 사태로 2024, 2025, 2026학번이 같은 학년에 몰리는 구조가 예고되고 있다. 교육부는 동일 학년에 복수 학번이 혼재되는 상황에 대비해 대학들이 철저한 사전 분석과 준비를 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이 같은 트리플링 구조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실습 병상, 강의실, 조별 실습 공간 등 물리적 자원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지금도 실습 병상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한 학년에 세 개 학번이 몰리면 수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의과대학의 교육은 단순 강의뿐 아니라 임상실습, 모의환자 교육 등 고비용·고집중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수용력 초과는 교육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학사 처리에는 유급자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이탈 학생이 포함돼 있다. 예과 과정에 유급 제도가 없는 일부 대학에서는 1학기 이후 성적경고가 예상되는 학생이 3027명(15.5%)에 달했다. 또한 복학 또는 등록 후 1개 과목만 수강신청한 학생도 1389명(7.1%)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학점 이수가 사실상 어려워 실질적으로는 학업 중단 상태에 가깝다. 예과 성적 미이수자 3650명은 2학기 복귀를 통해 학점을 보충하면 정상 진급이 가능하다는 게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일부 대학은 이러한 구조적 혼란에 대응하기 위해 신입생에게 수강신청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관련 학칙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실습 일정 재조정과 교원 확보, 평가 기준 정비 등 실질적인 학사 인프라 개편 없이는 근본적 해소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부는 복귀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유급 학생들이 학점을 이수하고 정상 진급할 수 있도록 대학과 협력하고 있으며 결손 인원은 편입학을 통해 충원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과정 운영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급 시기별 학생 분포를 면밀히 분석하고 신입생이 우선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다만 편입 확대에는 형평성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업에 참여해 정상 진급한 학생들과 유급자, 편입생 간의 학업 부담과 기회 격차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며, 외부 지원자들 사이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편입은 단기 인력 충원 대책이 아닌 장기적 교육 품질 유지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칭) 의학교육위원회를 구성해 의대 교육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편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복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의료인력 양성에 차질이 없도록 대학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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