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입장에서는 참담하나 현실
돈 놓고 돈 먹기로 국대 감독도 뇌물 없으면 안돼
구속된 리톄 대표팀 감독도 6억 원으로 자리 거머쥐어
|
최근 확실하게 밝혀진 사례를 살펴보면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 수 있다. 주인공은 국가대표팀을 지휘하다 2021년 말 당시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은 비리 혐의로 구속된 리톄(李鐵·47) 전 감독으로 '돈 놓고 돈 먹기'를 하다 막판에 폭망한 케이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한마디로 뇌물로 흥했다가 망했다고 해도 좋지 않나 싶다.
중국 최고 사정당국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가 국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과 공동 제작한 4부작 부패 척결 다큐멘터리 '지속적인 노력과 깊이 있는 추진'이 9일 방영한 시리즈 마지막 편에 따르면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이후에는 EPL(영국프리미어리그)에 진출, 나름 활약도 펼쳤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2020년 1월 중국 축구 팬들의 기대 속에 대망의 대표팀 감독에도 취임할 수 있었다. 2년 동안 성적을 거의 내지 못했지만. 퇴진은 필연일 수밖에 없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감독이었던 만큼 그의 중도 퇴진은 팬들의 아쉬움을 불러왔다.
하지만 감독에서 물러난 지 채 1년도 안 된 2022년 11월 그가 심각한 위법 혐의로 체포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팬들의 아쉬움은 바로 분노로 바뀌었다. 그에 대한 조사는 그야말로 철저하게 이뤄졌다. 급기야 축구협회 전·현직 간부들과 프로 리그인 슈퍼리그를 주관하는 중차오롄(中超聯)유한공사 회장과 체육총국 부국장 같은 거물들의 줄줄이 낙마라는 결과까지 가져왔다.
방송에 따르면 리 전 감독은 슈퍼리그 팀인 우한(武漢) 줘얼(卓爾)을 지휘하던 시절 이른바 '윗선'이 되면 구단에 도움을 주겠다는 은밀한 약속을 했다고 한다. 구단은 이에 천쉬위안(陳戌源) 당시 축구협회 회장에게 그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해 달라면서 200만 위안(3억6800만 원)을 전달했다. 리 전 감독 역시 스스로 100만 위안을 마련, 당시 축구협회 사무총장에게 건넸다.
뇌물로 국가대표팀을 지휘하게 된 리 전 감독은 약속대로 줘얼 구단의 소속 선수 4명을 국가대표로 발탁했다. 당연히 구단으로부터 거액의 금품도 받았다. 약 6000만 위안 가량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 선수 당 1500만 위안이었다는 계산은 바로 나온다. 줘얼 구단주가 보기에도 실력이 형편없이 부족했으니 많은 돈이 들어가지 않았나 보인다.
리 전 감독의 비리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대표팀 감독이 되기 전 화샤(華夏) 싱푸(幸福)의 지휘봉을 잡던 시절 8연승으로 팀을 리그 6위에서 우승으로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으나 경쟁팀 감독 등에게 거액의 금품을 주고 승부를 조작한 탓에 가능했다고 한다.
리 전 감독은 방송에서 "축구 현장에 있을 때는 많은 일들이 아주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불법적인 범죄였다"고 눈물로 자신의 잘못을 고백했다. 이어 "지금은 매우 후회한다. 앞으로 성실하고 올바른 길을 걸어가겠다"면서 "눈앞의 성공을 위해 서두르지 말고 어떤 방식으로든 지름길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참회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그의 엄청난 죄상으로 볼때 당국의 온정을 바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혐의로 중국 공안 당국에 체포된 한국 대표팀의 손준호 역시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 확실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