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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콘텐츠...음악도, 드라마도 ‘빨리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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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4. 02.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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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드라마 빠른 버전 유행
콘텐츠 홍수 속 '시성비' 따지는 소비 심리 확산
이해 보다 단순히 소비하는 것에 그칠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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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왼쪽부터)가 '첫 눈' 스페드 업' 버전의 인기로 10년 만에 음원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에 에스파, 르세라핌도 '스페드 업' 버전의 음원을 발매했다. /SM엔터테인먼트, 쏘스뮤직
들을 것도, 볼 것도 넘치는 '콘텐츠 홍수'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최근 대중문화계에선 '느림의 미학' 대신 '시성비(시간+가성비 합성어)'가 중요해진 분위기다.

그룹 엑소가 2013년 발매한 '첫 눈'이 지난해 12월 음원차트 정상에 올랐다.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첫 눈'의 빠른 배속 버전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졌기 때문이다. 이 영상이 주목을 받자 엑소는 물론 동료 가수들까지 '첫 눈' 챌린지에 나섰고, 결국 이 곡은 10년 만에 다시 인기를 얻게 됐다.

가요계에서는 음원을 빠르게 재생하는 이른바 '스페드 업(Sped Up, 특정 노래의 속도를 원곡보다 약 130∼150% 배속해 만든 2차 창작물)' 버전이 확산하고 있다. 신인그룹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해 '큐피드'의 '스페드 업' 버전으로 관심을 얻으며 미국 빌보드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이에 에스파, 르세라핌 등은 아예 '스페드 업' 버전 음원을 발매하며 흐름을 함께 했다.

속도가 빨라지며 가수의 목소리가 달라지거나 가사가 뭉개져서 기존의 음악에서 느낄 수 없었던 분위기를 낸다. 이러한 신선함이 대중들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콘텐츠를 빨리 보고 듣는 성향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엔 더욱 심화된 분위기다. 노래를 정상 속도로 듣는 것도 대중들이 부담을 느낀다. 그래서 요즘 대중 가요는 3분이 넘지 않는 짧은 곡이 많다"면서 "음악을 배속하고 거기에 맞춰 안무를 하게 되면 코믹한 분위기가 난다. 최근 대중들이 우스꽝스러운 유희를 좋아하는데 '스페드 업'의 반응이 뜨거운 것도 역시 이런 배경이 있다"고 설명했다.

엠브레인
/엠브레인
가요계만 빨라진 것은 아니다. 유튜브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콘텐츠 소비 시장에서도 '시성비'가 중요해졌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자사 IPTV 가입자 중 VOD를 시청한 고객을 조사한 결과 영화나 드라마를 일반 속도보다 빠르게 보는 고객 비율이 약 40%에 달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같은 해 '영상 콘텐츠 빨리 감기 시청 습관 관련 조사'를 펼친 결과 10명 중 7명이 평소 유튜브, OTT 등의 콘텐츠를 빨리 감기로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콘텐츠 요약본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은 많게는 3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시성비'가 중요해진 원인으로 한정된 시간 안에 소비해야 할 콘텐츠나 정보가 너무나 많아진 것이 꼽힌다. 진단검사의학자이기도 한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제는 대중들이 콘텐츠를 즐긴다기보단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한정된 시간 안에 봐야 할 콘텐츠도, 알아야 할 이슈들도 많으니 제 시간에 모두 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뇌과학에서는 인간은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사회는 계속 빨라지고 우리는 다양한 콘텐츠를 한꺼번에 소화해야 하는 등 멀티태스킹을 강요당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성비'의 단점도 크다. 콘텐츠를 제대로 소비하지 않을 경우 제작자의 의도나 메시지가 충분히 전해지지 못한다. 또 짧은 영상의 반복적인 시청은 도파민 분비를 지속한다. 이 때문에 콘텐츠 자체를 이해하고 거기서 만족감을 얻기보단 단지 '소비하는 것'으로 그칠 우려가 있다. 하 평론가는 "'빨리 빨리' 문화가 이어진다면 음악이나 콘텐츠도 단순 소비에 그치는 일회용품이 될 수 있다. 그러다보면 깊이 있는 작품이 나오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황 평론가 역시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게 되어 있는 환경"이라며 "멀티태스킹 하는 버릇을 줄여햐 한다. 하나에 집중하기 힘들다면 계획을 세워 콘텐츠를 차근차근 소비하는 버릇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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