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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국내증시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정작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는데요.
관련 분석을 담은 기사 댓글에는 "사기꾼", "테러리스트 보다 나쁜X", "절대 믿지 마라" 등 투자자들의 비난과 불신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지수 업(Up)을 외쳤지만, 외면당한 셈인 거죠.
이러한 평가를 두고 '자업자득'이라는 쓴소리가 나옵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은 과거부터 종목 리포트를 발간하는 과정에서 기업 입장에만 서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는데요. 즉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른 편향된 투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들을 곤경에 빠뜨려온 것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 연구원들에 대한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악순환은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요. 실제 지난해 1분기 말을 시작으로 지난 1년 동안 초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삼성, KB증권에서 발간된 종목 리포트 중 '매도' 의견을 담은 리포트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국내 모든 증권사들이 매도 리포트 비중 1%를 넘기지 못한 것입니다. 같은 기간 최대 60%를 넘긴 외국 증권사(맥쿼리증권 61.5%)와는 다소 상반된 모습이죠.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매수 일색 리포트' 관행을 고치고자 칼을 빼들었던 게 전혀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이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 해외시장에 안착하는 '주식이민' 현상이 만연해지고 있습니다. 해외 대비 국내주식 수익률이 낮다는 게 주된 이유인데요. 그렇다면 왜 낮은 걸까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원인을 두고 여러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지만, 이 중에서도 국내 시장 전문가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 문제도 분명 있어 보입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투자자들의 실제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결국 지수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측면에서 전문가를 자칭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 스스로 '신뢰 업'부터 필요해 보이는데요. 이는 증시 밸류업을 위한 선제조건이 될 수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도 중요한 과제로 보여 집니다. 다만 이를 위해 연구원들의 변화만을 강조하고 닦달해선 안 될 것입니다. 연구원들도 기업 눈치를 봐야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의지도 함께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