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수술 지연·진료차질 피해 심각
병원 경영 악화로 간호사 무급휴직·채용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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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정 대치가 6개월 가까이 지속되면서 진료 지연 등 환자가 희생되는 상황이 커지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에 따르면 수술 지연, 진료 차질로 중증 환자 상태가 나빠지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연합회가 6월 발표한 췌장암 환자 281명 대상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67%가 진료 거부를 겪었고, 51%는 치료가 지연됐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환자와 국민들 목소리가 미디어에 없다고 해서 환자들에게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와 의사 간 싸움이 반년째 이어지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 환자들은 무력감에 빠지고 자포자기 심정이다"고 했다.
정부가 하반기 전공의를 모집했지만 126개 의료기관에서 전체 모집 대상 7645명 중 104명(1.4%)만 지원했다. 이에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붕괴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7월 18일 기준 인턴과 레지던트 전체 임용대상자 1만3531명 중 91.5%(1만2380명)가 현장에 복귀하지 않았다. 사직 의사를 밝힌 사람은 56.5%, 34.9%는 사직 여부를 밝히지 않은 보류 인원이었다. 특히 필수의료 사직률이 높았다. 사직률은 방사선종양학과가 전체 60명 중 75%(45명), 흉부외과 62.6%, 산부인과 61.2%, 소아청소년과 59.7%였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전국에 남은 흉부외과 전공의가 정원 107명 중 현재 12명뿐이라고 밝혔다. 75명이 사직 처리됐고, 20명은 사직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역인 강원·충북·전북·제주에는 흉부외과 전공의가 없다. 경기·인천, 경남·부산·울산, 전남·광주 등 세 지역에는 각각 1명만 남았다. 내년 배출되는 흉부외과 신규 전문의도 6명에 불과하다.
환자들이 응급 상황에서 기대는 응급실도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전문의 이탈로 이달부터 매주 목요일 부분적으로 응급실을 폐쇄한다. 앞서 강원도립 속초의료원과 순천향대 천안병원도 응급실을 축소 운영했다.
의료공백으로 인한 병원 경영 악화와 병원노동자 피해도 확대되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전공의 이탈로 수술 감소 등 경영난이 이어지자 지난 1일부터 소속 병원인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일반직 직원 대상으로 무급휴직 기간을 기존 40일에서 80일로 확대했다. 일반직 직원은 간호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등을 말한다.
경상국립대병원은 전공의 이탈에 따른 경영난으로 지난해 뽑은 신입 간호사 267명을 아직 현장에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 신입 간호사들은 당초 올 3월부터 경상대병원 진주 본원과 창원 분원에서 근무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외래 환자, 병상 가동률 감소로 3개 병동 통폐합을 한 경상대병원은 지난 5월부터 전 직원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신청 받고 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전공의 이탈 장기화와 인건비 절감에 초점을 맞춘 병원들의 비상경영계획으로 병원 노동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의대증원 필요성은 있지만 정부가 이를 순조롭게 진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한 책임도 있다. 결국 피해는 환자와 병원 노동자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환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회장은 "의료공백이 시작한 2월부터 환자들 어려움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