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이슈 떠오르며 인식 개선돼
양육수당 등 지원금액 상향 영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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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14%에 육박했다. 남녀소득 격차가 남성 직원의 유아휴직 사용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데, 그룹 차원에서 출산지원금, 양육수당 등을 상향하면서 육아휴직 사용률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육아휴직 사용률이란 해당 연도에 출생한 자녀를 가진 직원 중 자녀 생일 1년 이내 육아휴직 사용 이력이 있는 직원 수 비율을 말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4대 시중은행에서 육아휴직자를 사용한 남성 직원 수는 총 338명이다. 2022년(211명) 대비 60% 증가했다. 육아휴직자가 늘어나면서 육아휴직 사용률도 증가세를 그렸다. 2022년만 해도 육아 휴직을 신청하는 남성 비율은 5%를 넘지 못했지만, 작년 들어 4대 은행 모두 7%를 넘겼다.
4대 은행 가운데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작년 우리은행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13.5%에 달했다. 2022년 대비(3.5%) 대비 1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우리은행의 남성 육아휴직이 유독 활성화된 배경에 작년 도입된 '가족·육아친화제도'가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자녀 한 명당 임신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 양육까지 최대 1900만원을 지원받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복지제도를 전 계열사에 도입했다. 난임치료 지원금, 출생축하금, 미취학 자녀 양육수당 지급 등을 상향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육아기, 저학년기, 초등학교 입학기 등 중요 시기 별로 단축근무 제도도 도입했다"며 "육아 휴직을 2년 연장하는 한편, 그룹 공동어린이집 확대 등 임직원들이 안심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7.5%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1%포인트 성장한 수치다. 신한은행은 단축근무제를 이용하는 직원 수가 가장 많아 눈길을 끌었다. 작년 기준 174명으로, 4대 은행 평균치(83명) 대비 높은 수치다. '맘 편한, 4아워(Hours) 제도'를 도입해, 근무시간을 조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 밖에 신한은행은 결혼·출산·육아 관련 복지제도를 매년 강화해 왔다. 자녀가 있을 시 대여주택 임차보증금 지원을 본인부담금 없이 최대 4억원까지 늘렸다.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2년 늘리고, 3회 분할 사용가능하도록 했고, 이와는 별도로 난임 휴직을 1년 동안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의 남성육아휴직 사용률은 각각 7.3%, 6.9%를 기록했다. 각각 3.3%포인트, 1.8%포인트 가량 높아진 수치다. 두 은행 모두 출산 장려금 최대 2000만원 지원, 재채용 조건부 퇴직제도 운영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복지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여성 육아휴직 비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4대 시중은행의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3개년 연속 90%를 초과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남성 행원들의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며 "매년 육아·출산 관련 복지제도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남성 육아휴직 이용률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