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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건드린 죄?…태국, ‘왕실모독죄’로 미국 학자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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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4. 0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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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당국에 의해 왕실모독죄 혐의로 체포된 미국인 학자 폴 챔버스(가운데)/폴 챔버스 페이스북 캡쳐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태국이 왕실모독죄 혐의로 저명한 미국인 학자를 체포했다. 미국 국무부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9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와 AP통신에 따르면 나레수안 대학 강사인 폴 챔버스(58)는 전날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태국 인권변호사 협회에 따르면 챔버스는 재판 전 구금 심리를 위해 지방 법원으로 이송됐다. 법원은 예상되는 형량의 중대성, 외국인이라는 신분과 경찰 측의 보석 반대를 이유로 그의 보석 신청을 불허했다. 인권변호사 협회는 9일 다시 보석을 신청할 것이라 밝혔다. 태국에선 왕실모독죄와 관련된 경우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미국 국적의 폴 챔버스는 동남아시아의 민군관계와 민주주의에 대해 연구해 온 학자로 특히 태국 군부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는 태국에서 동남아시아 정치를 10년 넘게 가르쳐왔다.

학문의 자유와 연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 단체 '위기에 처한 학자들(Scholars at Risk)'은 성명을 통해 챔버스가 지난해 말 한 웨비나에서 태국 군의 구조 개편에 대해 발언한 것이 이번 군의 고발 계기가 되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챔버스의 아내인 나피사 와이툴낏 나레수안 대학교 사회과학부 학장은 "당국이 제시한 증거는 남편의 발언이 아니라 싱가포르에 있는 싱크탱크 ISEAS 유소프 이삭 연구소에서 주최한 웨비나를 방송한 웹사이트에 게시된 내용"이라 밝혔다.

태국인권변호사협회도 이번 혐의가 지난해 10월 개최된 웨비나의 초청장에 담긴 행사 설명문에서 비롯된 것이라 밝혔다. 해당 웨비나의 제목은 '2024년 태국의 군 및 경찰 인사이동: 그 의미는?'이다.

나피사 학장은 "남편은 체포영장을 받기 전 경찰로부터 어떤 조사나 소환도 받지 않았다며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절차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AP통신에 "남편이 군 경제와 같은 태국 군대와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 연구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며 "그의 학문 활동을 위축시키려 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태국 군은 태국이 1932년 입헌군주제가 된 이후로 13번의 쿠데타를 일으켰다. 가장 최근의 쿠데타는 11년 전, 당시 쁘라윳 짠오차 육군참모총장이 일으킨 쿠데타다. 그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2019년 총선을 거쳐 2023년까지 총리 자리를 지켰다.

자국 학자의 체포에 미국 국무부도 우려를 표했다.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태국의 조약 동맹국으로서 우리는 이 사안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며, 폴 챔버스가 공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이 "태국에서 왕실모독죄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우리의 오랜 우려를 다시 한번 상키시킨다"며 "태국 당국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허용된 표현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법이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일명 '왕실모독죄'로 불리는 태국 형법 제112조는 국왕·왕비·왕위 계승자 또는 섭정을 비방하거나 위협한 사람은 3년에서 최고 15년까지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비평가들은 태국의 이 법이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군주제 모독죄 중 하나로 "군주제뿐 아니라 정부나 군을 비판한 이들을 처벌하는 데도 사용되어 왔다"고 지적한다.

태국 당국은 왕실모독죄와 함께 컴퓨터 범죄법도 함께 적용하기도 한다. 폴 챔버스 역시 컴퓨터 범죄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왕실모독죄가 적용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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