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전의원, 워싱턴사무소장 부임
트럼프 1기 경제정책 입안·추진 이력
행정부·의회 대미 커뮤니케이션 총괄
미국통 사장 등 북미 대응력 강화 착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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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O는 미국 행정부와 수차례 아웃리치를 이어가며 글로벌 기업 중에선 소프트뱅크와 TSMC에 이어 세 번째로, 국내 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정 회장이 백악관 연단에 서는 '그림'을 만들어 냈다. 트럼프 관세 전쟁의 폭풍전야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그 누구보다 먼저,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현대차그룹의 GPO 조직 역량 강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출범 1년 만에 사업부급으로 격상된 GPO는 더욱 몸집을 불리며 워싱턴 정가에서 잔뼈가 굵은 공화당 4선 의원까지 '미국 대관 총괄' 자리에 앉혔다. 단순히 관세 전쟁에서도 주도권을 쥐겠다는 현대차그룹의 끈끈한 아웃리치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화당 4선, 현대차 워싱턴사무소 수장에
1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드류 퍼거슨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은 다음 달 1일부터 현대차그룹(HMG) 워싱턴사무소장으로 부임한다. 그는 앞으로 그룹 차원의 대미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며 미 행정부 및 의회와의 직접적인 아웃리치를 이끄는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워싱턴 사무소를 운영했지만, 이번 퍼거슨 소장의 영입을 계기로 그룹 단위의 통합사무소가 새롭게 출범하게 됐다. 조직 간 기능을 일원화하고 대응력을 높이려는 조치다. 워싱턴사무소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대관조직인 GPO의 산하 조직으로 미국 내 대관업무를 도맡아 담당하고 있다.
퍼거슨 신임 소장은 공화당 소속 4선 의원으로, 조지아주에서 오랜 의정활동을 해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핵심 보수 경제정책의 입안과 추진에 관여했으며,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생산거점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위치한 조지아주와의 인연도 깊다.
워싱턴 정가 안팎에서는 그가 보유한 공화당 및 트럼프 인사들과의 강력한 네트워크가 현대차그룹의 대미 정책 대응에 있어 풍부한 자산이 될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GPO, 그룹 '쇄빙선' 역할 톡톡
특히 드류 퍼거슨의 합류는 현대차그룹이 최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GPO 확대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정의선 회장 직속 조직인 GPO는 2023년 8월, 바이든 행정부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출범했다. 이듬해 2월에는 사업부급으로 격상되며 그룹 내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출범 초기에는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 등을 지낸 김일범 부사장 등 외교가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를 전격적으로 영입하며 조직을 키웠고, GPO는 사실상 현대차그룹의 '정책 쇄빙선' 역할을 수행해왔다.
더욱이 국내 정치가 지난해 말부터 탄핵 정국으로 빠져들며 사실상 외교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통상 정책 불확실성을 줄여야 하는 GPO의 어깨는 더욱 무거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GPO는 사전에 백악관 등과 협의 채널을 조율하며 정 회장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대미 투자 계획 발표하는 자리를 만들어내는 성과를 냈다.
GPO는 정확한 인원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약 40명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로비 등록 인원수를 해마다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북미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에서 '미국통'을 중용하며 그룹의 얼굴을 새롭게 꾸몄다.
'북미통'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를 현대차 사장 첫 외국인 CEO로 임명했고, 성 김 현대차 사장 역시 글로벌 대외 협력을 담당하며 그룹의 대외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조직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며 "앞으로의 관세 이슈나 정책 변화에서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