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 듣고 잊더라도 그로 인한 인연공덕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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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묵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미래본부·조계사·전국선원수좌회가 공동 주최하는 국난 극복과 마음치유를 위한 담선대법회에 법사로 초청됐다.
주최 측은 고려시대 3년마다 국가 차원으로 열렸던 담선대법회를 2025년 다시 열었다. 정국 혼란과 사회 갈등 심화로 국민적인 마음치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선불교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육조단경'을 교재로 지난 14일 백담사 조실 영진스님을 시작으로 법석이 열렸다. 이어 15일 석종사 조실 혜국스님, 이날 현묵스님, 17일 백양사 수좌 일수스님, 18일 축서사 조실 무여스님, 19일 상원사 용문선원장 의정스님, 20일 해인사 방장 대원스님이 법문을 한다.
현묵스님의 법문은 공부에 막혀 주저하거나 발심하고자 하는 불자들을 격려하는 내용이었다. 스님은 뒤늦게 깨달음을 얻은 아난존자에서부터 대낮 닭 울음소리를 듣고 깨달은 서산대사와 금강산 신계사에서 치열하게 정진했던 조계종 초대 종정 효봉스님의 일대기를 소개했다.
현묵스님은 "부처님은 가실 때까지 정진하셨다"며 "수행정진은 콩나물을 키우기 위해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는 것 같다. 여러분이 오직 집중해서 수행해야만 마음도 치유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법문을 듣고 절 밖에 나가면 잊는다고 하는데 다 잊어버려도 법문을 들을 때 마음이 감명받으면 씨앗이 된다"며 법 공부의 인연공덕을 설명했다.
현묵스님은 처음으로 이날 본인의 체험을 대중 앞에서 공개했다. 스님은 "기도하기 위해 비 오는 날 지리산 반야봉에 올랐을 때다. 산 중턱에 오르니 드문드문 비가 오지 않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발밑으로 비구름이 지나가더라. 보면서 신기해서 구름을 손으로 움켜줬지만 막상 손을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반딧불처럼 '모든 법의 공한 이치가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구나'라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법문을 마무리하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신 4가지 복전(복밭)인 △청정한 스님 △부모 봉양 △병든 사람의 간병 △굶주린 사람의 구제 등을 언급하며 불자들의 자비행을 권했다.
한편 조계종의 대표적인 선승인 현묵스님은 1971년 송광사에서 구산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72년 사미계를, 1976년 비구계를 수지했으며, 1975년 송광사 선원을 시작으로 전국 제방선원에서 90안거를 성만했다. 1983년부터 지리산 칠불사 선원에서 10년간 산문을 나서지 않고 참선 수행에 전념했으며, 특히 7년간 묵언정진했다. 이후에도 대중과 함께 3년 결사정진을 마쳤다. 현묵스님은 1998년부터 2022년까지 조계총림 송광사 유나를, 2023년 송광사 수좌 및 수련원장을, 2025년 4월 송광사 방장에 추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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