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공동전선 우군 확보 사실상 확정
中이 뿌릴 현찰 거부는 힘든 것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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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 이어 마지막 순방국인 캄보디아에 들른 후 18일 귀국길에 오르면서 4박5일의 동남아 3국 순방을 마칠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숨가쁜 일정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잘 이해가 될 것 같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17일 전언을 종합하면 중국과 동남아 3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함께 맞서야 할 전략적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원론적인 립서비스를 하면서도 차이나 머니라는 떡고물까지 챙겨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이 이들 3국 정상들과 경협을 비롯한 각종 분야의 협정을 작심한 듯 체결한 사실을 봐도 이 단언은 절대 과하지 않다. 우선 같은 사회주의권인 베트남과의 협정 체결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철도 연결, 농산물 무역, 세관 검역 분야 등에서 총 45건에 이르는 양자 협력 문건에 사인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야말로 향후 경제를 필두로 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고자 하는 상호 입장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시 주석의 행보는 2013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방문, 이브라힘 이스칸다르 국왕,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와 회담을 가진 말레이시아에서도 거의 똑 같이 이어졌다. AI를 비롯한 디지털 경제를 필두로 서비스 무역, 철도, 공동 실험실, 지식재산권 등 30여 개 분야의 양자 협력 문서를 교환했다면 진짜 그렇지 않나 보인다.
동남아의 대표적 빈국인 캄보디아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해야 한다. 시 주석이 자국이 국가적 차원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추진 등과 관련한 대대적 투자를 재확인, 훈 마넷 총리를 흐뭇하게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남아 3국 입장에서는 너무 중국에 경도될 경우 미국의 보복이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뿌릴 차이나 머니라는 현찰의 유혹은 정말 거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이 국가들 역시 미국의 관세 폭탄을 맞은 입장인 만큼 중국과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나름 명분도 있다.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중국은 이제 대미 공동전선 구축에 필요한 동남아의 일부 우군을 사실상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차이나 머니가 예상대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고 봐야 한다. 잠재적 중국의 우군이 될 여타 동남아와 제3세계 국가들이 시 주석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분석은 이로 볼 때 정곡을 찌르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