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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성 역효과에 文정부 “뭐라도 분석해야 한다”… 자료 ‘삭제지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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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5. 04. 17. 17:40

소주성 성과 위해 통계왜곡, 조작해 발표
文정부 "최저임금 긍정효과 90%" 왜곡
감사원 "최저임금의 '최'자도 없이 분석"
통계악화 알고, 보도자료 '삭제·수정' 지시
감사원 사진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감사원 전경. /천현빈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통계청 자료가 아닌 비공식 수치로 '최저임금 인상 정책 추진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났다'는 취지로 허위 발언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또 통계청이 발표한 소득통계 수치가 악화추세인 점을 미리 파악하고, 언론에 배포할 보도자료 내용을 수정하거나 일부 내용을 빼도록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감사원은 17일 '주요 국가통계작성 및 활용실태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문재인정부 당시 부당하게 외압을 행사해 소득 통계를 조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文 청와대 "뭐라도 분석해야 한다"며 통계청 압박… 노동연 연구원 개인에 분석 요청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2018년 5월 통계청은 관련 가계소득동향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소주성 정책 결과로 소득동향이 악화됐음에도 청와대는 표본 집단의 대표성을 문제삼고 별도로 분석을 실시했다.

당시 청와대는 소주성 정책의 긍정 효과를 발표하기 위해 통계청에 '뭐라도 분석해야 한다', '분석할 수 있는 통계기초자료를 다 들고 들어오라'며 통계청을 압박했다. 당시 1분기 소득5분위배율은 최악 수치인 5.95로 양극화가 뚜렷해진 시점이었다. 5분위배율은 전체 인구를 5개 그룹으로 나눠 소득이 높은 5분위 그룹의 평균소득과 최저소득 그룹인 1분위 사이의 비율을 뜻한다. 5분위 소득이 1분위 소득의 몇 배인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이에 청와대는 한국노동연구원(노동연)에 자료를 따로 건네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의 근로소득 증감을 분석하도록 요청했다. 통계청 표본에 고령층이 신규로 다수 편입된 점을 콕 집어 전년도 연령 구성비로 소득5분위배율을 재분석하라는 지시였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이런 분석 결과에 대해 청와대는 연도별 소득증감률만 단순 비교하며 개인의 근로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문 전 대통령에 보고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주성에 대해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이고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자료 없이 "최저임금 긍정효과 90%"… 통계청은 자료 주지도 않았다

당시 언론을 중심으로 긍정 효과 90%의 실체가 무엇인지, 통계의 근거가 무엇인지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청와대와 통계청의 해명이 일치하지 않아 논란은 더 커졌다.

청와대가 조사한 연도별소득증감률은 노동연의 한 개인이 분석한 자료였으며, 최저임금 관련 통계 자료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노동연은 통계기초자료를 통계청에서 받은 적도 없었다.

감사원은 "당시 청와대는 통계청장에게 '노동연구원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이 통계청에서 자료를 받아 분석했다고 설명하라고 지시했다"며 "이에 통계청은 국책연구기관에 관련 자료를 제공해 연구가 수행됐다고 했고, 청와대도 국책연구기관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통계 자료의 출처와 분석과정에서의 통계 근거를 허위로 조작한 청와대의 거짓말이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계소득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려면 근로시간을 알아야 하는데, 당시 자료엔 근로시간 정보가 없었다"며 "(당시 청와대의 소주성 성과 관련) 분석이 아예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의 '최'자도 없었고, 근로시간이 없기 때문에 가계소득동향만을 두고 소득 증가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경제수석은 이 사실을 알고도 문 전 대통령에 조작된 결과를 허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홍장표 경제수석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이 왜곡·조작된 통계 결과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라는 질의엔 "대통령은 결과보고만 듣기 때문에 (허위 결과에 대한) 증거자료를 살펴봤는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文정부, '2분기 소득통계' 악화 미리 알고 보도자료 내용 '삭제·수정' 지시

이외에도 청와대는 통계청의 '당해 2분기 소득5분위배율' 수치가 악화 추세인 점을 미리 확인하고 관련 통계 보도자료를 수정하도록 지시한 점도 밝혀졌다.

통계청은 '표본가구 구성 등의 결과가 문제 없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 참고자료에 담겠다고 전했지만, 청와대는 '논쟁이 불거진다'며 이를 삭제토록 했다. 특히 표본의 한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라는 등의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같은 소주성 관련 '통계 왜곡·허위 보고'에 대해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통계 공표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변경할 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하라"고 주의요구했다.

통계청장엔 "통계작성 및 공표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요구 했다. 아울러 "통계의 정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통계품질 및 통계자료 제공 관리시스템을 내실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관련자 6명은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감사원은 통보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23년 9월 중간 결과 발표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22명에 대해 직권남용·업무방해·통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관련 공판은 지금까지 1번 열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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