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자산군 다변화 노력 빛 봐
수수료 인하 대신 섹터 상품 육성
2연속 흥행 위해 中 AI 테크 주목
국내 역량 바탕, 글로벌 확장 적극
순익도 2년 만에 '676억'으로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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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닌 노력의 산물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한화자산운용은 수년째 자산군 다변화에 전사적인 힘을 쏟고 있다. ETF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고민 역시 같은 이유다. 총 운용자산(AUM)의 절반가량이 모기업인 한화생명의 부채연계투자(LDI) 자금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다. 캡티브(계열사) 물량은 안정적인 일임 자산이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수익 개선을 위한 영역 확대가 절실한 이유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종호 대표의 연임 여부를 결정짓는 해라는 점에서 수익성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다. 한화자산운용은 100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빅5 운용사'임에도, 수익성 부문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 새 3명의 수장을 새로 맞았을 정도로 유독 경영진 교체가 잦았던 만큼, 이번에야말로 경영능력을 입증해 경영 지속성 구조를 다시 구축해야만 한다.
한화자산운용은 양적 경쟁이 아닌 질적 경쟁으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을 앞세웠다. 경쟁사들이 ETF 상품을 줄줄이 상장하고 수수료 인하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마케팅부문장(CMO, 전무)는 17일 "최근 자산운용 플레이어들이 단기 성과와 인센티브에 치중된 모습을 보여 매우 안타깝다"며 "우리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자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로서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한 무리한 자충수보다는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수립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다.
한화자산운용이 처음으로 ETF를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때는 2010년이다. 경쟁사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ETF 상품을 선보인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늦었다. 양적으로도 부족하다. 지난 15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 965개 중 한화자산운용 상품은 69개에 불과하다. 각각 200개 이상의 ETF를 상장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3분의 1 수준이다.
최 부문장은 "그간 ETF의 시장 흐름에 있어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출발은 늦었지만 캐치업 단계라 생각하고 차별화된 상품으로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의 '지속가능한 내일'이라는 브랜드 비전을 토대로 선제적으로 '퓨처 인사이트' 발굴에 집중하며, 방산·조선 등 글로벌 메가트랜드에 부합하는 주요 섹터를 키워낸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는 "'PLUS K방산'은 단기적으로 순자산 1조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10조까지도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러·우 전쟁과 트럼프 발 등 단기 이슈를 넘어 미래 성장 관점에서 설계된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수익률 등 객관적인 지표로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국내를 넘어 ETF의 본고장인 미국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PLUS K방산'을 벤치마킹해 지난 2월 뉴욕증권거래소 산하 아르카 거래소에 상장한 'PLUS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 인덱스(KDEF) ETF'의 순자산은 2100만달러에 달한다. 한화자산운용은 방산을 이을 다음 타자로 중국 AI 테크에 주목하는 등 뉴노멀 산업군을 지속 모색하고 있다.
타깃데이트펀드(TDF)의 고속 성장에 따라 연금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5년간 연금계좌 내 '한화 LIFEPLUS TDF' 연평균 성장률은 66%로, 시장 연평균 성장률(37%) 대비 약 2배 빠른 속도다. JP모간자산운용의 자문으로 글라이드 패스를 설계하고, 생애주기에 맞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덕이다. 이에 자산운용사 중 유일하게 2060년 은퇴를 목표로 하는 장기 투자 상품을 출시하고 안정적인 수익률까지 기록 중이다. 디폴트옵션 도입 최종 승인 과정에서 자산운용사 최초로 모든 운용기간 TDF에 대해 고용노동부 상품 승인을 획득하고, 운용상품 수 기준 최종 2위를 기록한 점 역시 대표적인 성과다.
2020년 업계 최초로 디지털 마케팅팀을 신설하고, 중간 마진과 판매수수료 등 비용 부담을 최소화한 직판 앱 '파인(PINE)'을 통해 대고객 접점을 확대한 점도 점유율 확대에 주효했다. 적극적인 국내외 마케팅으로 기관투자가 등을 대거 유치한 점 역시 소통의 긍정적인 효과로 손꼽힌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둔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한화자산운용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국내에서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영토 확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골드만삭스, KKR, 테마섹 등 50개 이상의 금융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현지 금융투자 전문가 채용으로 경쟁력을 확대한 결과 미국 현지에서 대체투자 펀드를 출시하는 쾌거도 이뤘다. 이는 그룹에서도 주목하는 성과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한화자산운용을 직접 찾아 글로벌 성장세를 높게 평가하고 임직원을 격려하며 사기를 북돋웠다. 한화자산운용은 향후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선진 금융시장 접근성 강화와 동시에 싱가포르 법인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을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며 추가적인 성장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노력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7년 382억원을 최대치로 뒷걸음질 친 한화자산운용의 순익은 2022년에는 -36억원 손실로 적자전환까지 했지만, 지난해 676억원으로 다시 회복된 상태다. 최근 임기 이전 수장 교체가 워낙 잦았던 터에 업계 안팎에서 '경질인사'라는 말까지 나돌았는데, 지난해 사령탑에 올라선 김종호 대표는 부담감을 안고 올 한해 수익성 개선에 더욱 고삐를 조일 것으로 보인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진정성 있는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하는 만큼 앞으로도 투자자 입장에서의 상품과 서비스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내실을 다져 수익성 강화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