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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알려진 발언 하나가 정국을 흔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을 막는 것이 내 사명이다." 사석에서 전해진 이 짧은 한마디는 돌처럼 묵직하게 정치권과 국민들의 마음에 박혔다.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사실이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그 여운은 사람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치권은 술렁였고, 국민은 그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불편해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그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말들이 흘러나왔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대미(對美) 관세 협상에서 손을 떼라"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관세 협상의 국익을 팔아 자기 장사를 하고 있다"는 거친 말도 서슴지 않았다. "노욕의 대통령병 중증"이라는 막말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이 오히려 되묻게 만들었다. 왜 그들은 아직 출마조차 하지 않은 사람을 그렇게 두려워하는가?
그 답은 '왜 한덕수가 대세인가'라는 질문에 담겨 있다.
첫째, 그는 경험의 이름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 참여정부에서는 국무총리, 그 이후에도 한국무역협회 회장, 주미대사 등을 역임하며 다섯 개의 정권을 거쳤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국가를 위한 자리에 선 그는 '정쟁'보다 '국정'을 아는 사람이다. 이토록 많은 정권에서 신뢰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그가 가진 가장 강력한 증명이다. 그것은 단순한 경력이 아니다.
둘째, 그는 무색무취의 신뢰를 지닌다. 한덕수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 진영에 치우치지 않았다. 그는 정치를 업으로 삼지 않은 사람이다. 관료로서의 철학은 실용과 안정, 그리고 국가의 이익에 있었다. 그래서 정치적 색채에 피로함을 느낀 국민들이 다시 그의 이름을 찾는다. 이념보다 실력, 감정보다 이성을 바라는 유권자들에게 그는 귀한 존재다. 진영으로 나뉘고 갈등으로 상처입은 대한민국 정치에서, 그는 드물게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다.
셋째, 그는 이재명이라는 거대한 변수에 대한 유일한 대항점으로 떠오른다. 이재명 후보는 강한 결집력을 지닌 인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강한 반대 여론도 존재한다. 한덕수 대행의 "이재명을 막는 것이 사명"이라는 말은 단순한 정치적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의 정국을 바라보는 전략적 시선이다. 국민은 '극단의 정치'를 두려워한다. 한덕수는 그 불안을 덜어주는 존재다.
넷째, 그는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관리형 리더'의 상징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고령화, 경제 침체, 국제 정세의 불안정 속에 있다. 카리스마보다는 조정이, 선동보다는 신뢰가 필요한 시기다. 한덕수는 바로 그런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다. 그는 큰 목소리로 자신의 정당성을 외치기보다는,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시스템을 존중해 왔다. 위기를 조율하고, 문제를 정리할 줄 아는 사람. 바로 지금, 대한민국이 가장 절실히 찾고 있는 리더의 모습이다.
다섯째, 보수진영의 빈 공간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 이후, 보수를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얼굴이 뚜렷하지 않다. 보수 안에서도 갈등이 깊어지고, 인물난이 심각하다. 그런 상황에서 한덕수는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된 카드처럼 조명된다. 그는 스스로 나서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가 나온다면…"이라고 말을 한다.
여섯째, 그는 국민 통합의 열쇠다. 호남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일할 줄 아는 관료, 지역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물론 비판도 있다. 비전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 결정력이 약하다는 평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은 '선동적인 비전'보다는 '지속 가능한 질서'가 필요한 때다. 한덕수는 정치를 혼란에서 구조로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정치의 '기초 체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조정자다. 그래서 그는 대세가 아니라 '필요'다. 그리고 정치는 결국 '필요한 사람'에게로 향하게 돼 있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치유와 회복'이다.
아직 출마 선언조차 하지 않은 한덕수를 향해 막말과 조롱을 퍼붓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되묻는다. 어쩌면, 지금은 우리가 그를 지켜야 할 때가 아닐까?
그는 아직 "나가겠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국민이 그를 부르고 있다. 왜냐하면, 덕수형이니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가 그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희망은 멀리 있지 않다. 찾아보면 우리에겐 분명 수많은 덕수형이 있을 것이다.
류여해 (객원논설위원, 수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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