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0명 사망' 대지진 이후 첫 협상…"양측 모두 ‘불필요한 도발 자제’ 원칙 합의"
‘포괄적 총선 필요’ 메시지도 전달…"군정 믿을 수 없어" 경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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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 총리는 지난 18일 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측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불필요한 도발을 삼가기로 합의했다"며 "휴전이 이뤄질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도주의적인 노력 전체가 실패할 것"이라 밝혔다.
올해 아세안 순회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총리는 지난 17일 태국 방콕에서 미얀마 군정의 수반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과 군부에 맞서고 있는 국민통합정부(NUG)의 지도부를 각각 만나 고위급 회담을 진행했다. 이 회담은 지난 3월 말 규모 7.7의 강진으로 36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대지진 이후 이뤄진 첫 중재시도다. 안와르 총리는 "군정과 NUG와의 첫 교류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3월 말 대지진이 발생하자 민주진영의 NUG는 지진 피해 구조·구호작업을 위해 일시적인 휴전을 선언했고 군정도 지난 2일, 20일간의 일시 휴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유엔과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군정은 이후에도 일부 지역에서 공습 등 군사 작전을 진행했다.
안와르 총리는 "아세안은 군정과 NUG 양측과의 대화를 지속할 것"이라며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지역이라면 누가 지배하고 있든 관계 없이 구호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NUG 측은 아세안의 중재 시도를 환영하면서도 "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군부에 맞서고 있는 소수민족 무장단체인 카렌민족연합(KNU) 도 "아세안 지도자들은 우리에게 공을 돌리고 우리를 (주요 당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며 접근 방식을 바꿔 손을 내밀 것을 촉구했다.
안와르 총리는 대지진 피해 극복을 위한 인도적 지원뿐 아니라 향후 총선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미얀마 군정은 오는 12월 총선을 계획 중이나, 반군부 세력과 국제사회는 이를 군부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허울뿐인 선거로 보고 있다. 안와르 총리는 군정 측에 "포괄적이고 자유롭고 공정한 총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태국 외교부는 이번 협의를 "아세안이 미얀마 문제 해결을 위해 실질적으로 관여한 긍정적인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또 안와르 총리가 이끈 회담이 미얀마 위기에 대한 태국의 접근 방식과도 일치한다며 "인도적 지원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갈등이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아세안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띠띠난 퐁수디락 태국 쭐라롱꼰대학 교수는 "민 아웅 흘라잉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며 "아세안은 군정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