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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에 따르면 6세 미만 영유아의 사교육 참여율은 조사 대상 1만3241가구 중 절반에 가까운 47.6%에 달한다. 또 사교육을 받는 유아의 월평균 교육비는 약 33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이 6세 미만 영유아의 사교육 참여가 잇따르면서 학부모와 학원가에선 '7세 고시'라는 말이 유행 중이다.
이에 국민 1000명으로 구성된 '7세 고시 국민고발단'은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7세 고시를 심각한 '아동 학대'로 규정해달라는 진정을 접수했다. 고발단은 "입학시험을 이유로 유아에게 문장 암기와 시험 준비를 강요하는 것은 과도한 경쟁"이라며 교육당국의 사교육 실태조사와 제도 개선도 촉구했다.
아동 관련 단체들은 미취학 아동이 유명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치르는 현 상황에 대해 명백한 정서적 학대라고 입을 모은다. 이 단체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1991년 유엔 아동권리협약(UNCRC)에 가입한 당사국으로, 협약에 명시된 아동 권리 보장 의무를 이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1조는 아동이 여가와 놀이, 문화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며 "놀이와 휴식이 중요한 시기에 학습 압박으로 일상이 제한된다면 이는 정서적 학대이자 인권 침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조기 사교육 현실을 주목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한국의 학문 경쟁이 6세 미만 아동 절반을 입시 학원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사교육 열풍이 저출산 문제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취학 아동기에 가해지는 과도한 학습 자극이 정서적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미취학 시기에는 뇌의 정서 회로가 활발히 발달하는 시기로, 다양한 감정 경험과 놀이가 인격 형성의 기초가 된다"며 "이 시기에 반복적인 시험 준비나 성취 압박을 경험하면 자존감 저하, 불안, 소아우울증 등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 교수는 이어 "모국어 습득도 미완성된 상태에서 외국어 주입은 언어 발달의 균형이을 해칠 수 있다"며 "교육은 발달 단계와 아동의 정서적 수용력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