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1분기만에 작년 판매액 추월
KB·신한·우리 골드뱅킹 잔액 1.6조
"과열양상… 급락 리스크 고려해야"
![]() |
다만 일각에서는 금 투자가 단순한 자산 보존 수단을 넘어 단기 투기 흐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총잔액은 지난 17일 기준 1조649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월 말 대비 74.6%, 지난해 말 대비 36.1% 증가한 수치다. 금값이 급등하면서 자산가치 보존 수단으로서의 매력이 부각된 결과다. 골드뱅킹은 고객이 예치한 원화를 금(g) 단위로 환산해 보유하는 방식으로, 금 시세에 따라 잔액 가치가 변동된다.
골드뱅킹의 장점은 접근성과 편의성에 있다. 예·적금처럼 계좌를 통해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고, 0.01g 단위의 소액 거래가 가능해 소액 투자에도 적합하다. 일부 은행에서는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며, 자동이체를 통한 정기적립식 투자도 지원된다. 이 같은 특성 덕분에 금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투자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모바일 기반의 재테크를 선호하는 2030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만 골드뱅킹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며, 금값의 시세 변동에 따른 손익 리스크가 크다. 매매차익에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며, 실물로 인출할 경우 부가가치세 10%와 최대 수수료 5%가 추가 발생한다. 매수·매도 간 가격 차이(스프레드)도 존재해 실제 수익률은 줄어들 수 있다.
실물 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골드바 상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골드바는 일반적으로 10g, 100g, 1kg 단위로 판매되며, 실물로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산, 증여, 위기 상황에서의 비상자산 등 다양한 목적에 활용된다. 특히 차익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 올해 1월부터 4월 17일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골드바 누적 판매액은 1741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1654억원)을 넘어섰다. 조폐공사의 납품 중단으로 일부 은행에선 2, 3월 동안 판매를 일시 중단했지만, 최근 들어 수요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골드바 역시 단점이 있다. 실물 인출 시 부가세 10%와 최대 5%의 수수료가 발생하고, 보관에 따른 분실·도난 위험이 따른다. 환매 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될 수 있으며, 택배비나 인출 수수료 등 추가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실물 상품의 특성상 유동성이 낮아, 빠른 회전이 필요한 투자자에겐 적합하지 않다.
골드뱅킹과 골드바 상품 모두 비대면 중심의 이용 편의성과 은행이라는 신뢰 기반을 바탕으로, 투자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상호 관세 정책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고, 금 시세가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금 시세는 지난 18일 기준 g당 15만2260원으로, 연초 대비 18.2%, 1년 전보다 41.6% 상승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금 투자 열풍에 대한 체감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의 한 금은방 관계자는 "금 투자자가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매장에서는 확연히 느껴지지 않는다"며 "2월까지는 구매자 중심이었으나 3월부터는 되파는 고객이 더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무리한 추격 매수보다는 금을 포트폴리오 내 일부로 제한해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는 "금은 장기적으로 가치를 유지하는 자산이지만, 지금처럼 쏠림 현상이 과열된 시기에는 급락 리스크도 존재한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금값이 급격히 조정될 수 있는 만큼, 자산 구성의 일부로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