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정기검사 한달가량 앞당겨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조기 적발
사고 예방 위한 조직문화 구축 절실
|
신한금융그룹이 강조해온 '스캔들 제로(0)'라는 슬로건이 무색해졌다.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며 '내부통제 모범생'으로 꼽혔던 신한금융의 금융사고가 작년 하반기부터 잇따르고 있어서다. 신한금융 계열사 3곳에서 단 수개월만에 6건의 금융사고가 적발됐다. 특히 신한은행에서만 4건의 횡령·사기·금품수수 등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이 신한금융·은행 정기검사를 앞당긴 배경도 내부통제 점검을 위해서란 관측이다.
금융사고 6건 가운데 절반이 내부통제 시스템에 의해 적발되면서, 신한금융은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또한 금융사고 대부분이 일부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사고라고 치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일탈로 인한 금융사고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모든 임직원이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함께 감시하고 고발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28일부터 신한금융·은행 정기검사를 실시한다. 당초 5월 예정된 정기 검사를 약 1개월 앞당긴 셈이 됐다. 금감원은 최근 사전검사를 기반으로 신한금융의 자산건전성, 내부통제 시스템 등 경영 전반을 약 한 달 간 들여다볼 예정이다.
금감원이 신한금융 정기검사에 한 달 일찍 나서게 된 배경은 최근 수개월 새 신한금융 계열사에서 연달아 금융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11월 이후 신한금융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6건이다. 신한투자증권, 신한은행, 신한자산신탁 계열사 3곳에서 파생상품 운용 손실·업무상 배임·사기·횡령·금품수수 등 금융사고가 적발됐다. 신한금융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신한금융이 내부통제 강화에 공들여왔기 때문이다. 작년 9월엔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시범 운영해 주목을 받았다. 진 회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금융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모범생이란 타이틀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눈에 띄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작년 11월부터 단 5개월간 4건의 금융사고가 적발됐는데, 약 51억원 규모에 달한다. 다만, 이러한 사례에 근거해 신한투자증권과 마찬가지로 신한은행도 교육과 더불어 제도 강화 방안을 모색중이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마련됐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일탈(모럴 해저드)은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해서는 개별 계열사 뿐 아니라 지주 차원에서도 인력을 파견해서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화제를 모았던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원 규모 손실 사고에 대해선 금감원의 제재가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은 해당 사고 후 올해 준법경영부를 신설하고 내부통제 리더십 교육을 구축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금융사고를 감시·예방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성수용 한국금융연구원 교수는 "책무구조도의 목적은 금융사고 제로화가 아니라 금융사고를 조기 적발 하는 데 있다"며 "모든 직원이 다 함께 금융사고 적발시 신속하게 신고하는 문화, 사고 확산을 조기에 막는 조직문화가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