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처럼 일본과 경제적 병합 고려해야"
"해외 고급 두뇌 들여와 출산율·전략산업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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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의 발언은 22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미래산업 포럼' 발족식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나왔다. 미국발 관세전쟁, 앞으로 30년간 지속할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해법은 탁상공론으로 찾을 수 없는 만큼 국회도 산업 현장 최전선에 있는 최 회장의 아이디어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 회장은 "일본과의 경제적 협력, 조금 더 크게 이야기하면 콜리전, 즉 병합을 생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경제 규모 자체를 키워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미국이나 중국처럼 부피 격차가 큰 나라와의 병합은 흡수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고, 일본과는 저출생·고령화·제조업 편중 등 비슷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그러면서 일본과는 한일 청정수소 나 의료시설에 대한 협력 등을 예시로 들었다. 역사적인 문제가 있긴 하나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도 EU를 통해 묶인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으로 제시한 대응 방안은 내수 확대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의 10분의 1 정도는 해외에서 유입해 와야 소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저임금의 노동 인구를 유입하고 있지만 두뇌 관점에서 볼 때는 비싼 사교육비 등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뇌의 입장으로 보면 순 유출국이 되고 있어 고급 두뇌를 유치해야 하고, 이들은 미래의 전략적 산업을 위한 인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회장은 "쉬운 이야기는 이니지만, 당장 출산율이 떨어져 있는데,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유입 밖에는 현재로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수출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무역 수지를 주로 따지면서 무역이 흑자인지, 적자인지를 따졌지만 관점을 바꿔 본원 소득수지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 투자를 통해 투자로 인한 소득, 즉 배당이나 다른 이익이 흘러들어올 수 있도록 우리가 들고 있는 자산을 다른 방법으로 하셔야(옮겨야) 될 필요성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10대 수출 품목에만 의존하면 우리가 내려가는 길밖에 없다는 관측도 내놨다.
사회적 성과를 낸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방법도 제안했다. 사회성과 인센티브 제도는 최 회장이 대한상의나 SK그룹을 통해 이미 시도하는 방법이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복지 예산을 집행할 때 사회성과를 다루는 경제를 따로 만들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실제로 10년간 (SK에서) 해보니 715억원의 사회성과 인센티브를 현금으로 지급했는데 실제로는 5000억원의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족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주호영 국회부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국회 미래산업포럼'을 조직한 국회미래연구원은 산업계 입장에서 경제환경 변화상과 대응방향을 얘기해 줄 적임자로 최 회장에게 기조연설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들어 최 회장은 방송에도 출연해 경제 살리기에 대한 해법을 적극적으로 소개, 제시하고 있다. 최근 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해서도 '메가 샌드박스'를 제시하면서 이를 통해 산업 혁신의 지체, 부족한 일자리, 저출생, 지역 소멸을 해결해야 한다고 연급했다. 메가 샌드박스는 지역에 선진국 수준의 사업 여건을 만들어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최 회장은 올 하반기에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 의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달에도 경주를 방문해 행사 준비 상황을 점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