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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죽음에 맞서는 32살들의 처절한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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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파 게임담당 기자

승인 : 2025. 04. 25. 11:02

완성도 있는 서사, 박진감 넘치는 턴제 전투로 무장한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
기대 수명이 정해진 세계관이라니. /인게임 캡처
지금은 만 28살, 아직 33살이 되기에는 5년이나 남았다. 만약 5년 내에 죽는 게 확정인 저 세계관에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게임 내내 그 생각이 들었다.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이하 33원정대)'에서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하고 덧없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3원정대에서 가장 눈에 띈 특징은 독특한 세계관과 설정이다. 33원정대 세계관에는 '페인트리스'라는 신적인 존재가 있다. 이 페인트리스는 사람들이 살고있는 뤼미에르라는 곳에서 멀어진 떨어진 섬에 커다란 숫자를 새긴다. 

그 숫자에 적힌 나이가 된 사람들은 모두 세상에서 사라지는데, 이 숫자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시간이 지나 어느덧 그 숫자가 33에 이르렀다. 

과거 수십 년간 페인트리스를 잡기 위해 수많은 원정대가 떠났지만, 누구도 돌아오지 못했다. 플레이어는 이 운명을 막기 위해 33번째 원정대의 생존자들을 이끌고 페인트리스를 토벌해야한다. 



축제인가요? 축제가 아니라 장례식입니다. /인게임 캡처

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에서 뒤틀린 세계관을 느낄 수 있다. /인게임 캡처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인게임 캡처

그만 핑거스냅에 당해버린... /인게임 캡처
게임을 시작하면 주인공 '구스타브'의 이야기가 담긴 트레일러가 나온다. 해당 트레일러에서 등장한 숫자는 34, 이 날 뤼미에르 섬의 사람들은 34살이 되는 이들을 떠나보내는 '고마주'라는 행사를 열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일상이 된 뒤틀린 세계관의 비극이 확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34살이 된 이들은 마치 어벤져스에서 타노스의 핑거 스냅에 당한 것처럼 꽃잎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런 이별도 아픔이지만, 떠날 때를 알고 있는 이별도 가슴 아프다. 이별이 다가오는데도 애써 담담한 척하는 등장인물들에게 동정심이 느껴질 정도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무력하게 떠나보내고, 1년 뒤면 다가올 죽음을 피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구스타브의 감정에 제대로 몰입했다. 지금 바로 페인트리스를 처리하기 위해 원정을 떠나고 싶었다. 

초반은 잘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었다. 등장인물 간의 대화와 인상적인 연출로 게임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완벽하게 이해시켰다. 
무협지에서 노인을 조심하라고 알려줬는데. /인게임 캡처

아 망했다. /인게임 캡처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페인트리스를 잡기 위해 33원정대의 원정이 시작된다. 원래 무협지에서도 뜬금없는 곳에 있는 은거 초절정 고수 노인을 조심해야하는데, 노인이 존재할 수 없는 세계관에 등장한 노인에게 부주의하게 다가간 원정대는 단숨에 박살 나고 완전히 분해된다. 

모든 걸 잃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펼쳐지는 처절한 모험과 전투에 매료되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게임을 진행했다. 



다양한 시스템 덕에 전투가 지루하지 않다. /인게임 캡처
턴제 전투지만 쉴 틈이 없다. /인게임 캡처
전투 시스템도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으로 턴제 전투로 진행되지만 단순하게 공격을 주고받는 형태가 아니다.

어떤 스킬을 쓸지 고르고, 실시간으로 회피하고 반격하는 다양한 QTE(제한된 시간 안에 특정 버튼을 눌러야 하는 이벤트)와 패링(적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반격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캐릭터마다 전투 방식이 각기각색이다. /인게임 캡처

캐릭터마다 전투 방식이 각기각색이다. /인게임 캡처

캐릭터마다 다른 전투 스타일도 재미를 더했다. '구스타브'는 공격할수록 충전되는 게이지를 통해 과충전이라는 강력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루네'는 마법 속성의 잔여물을 쌓아 상위 마법을 해방한다. '마엘'은 자세 변화 기반 캐릭터로, 조건에 따라 강력한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

캐릭터 3개만 해도 다른 매커니즘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어려운데, 이후 캐릭터가 추가되면 어떻게 전투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걱정됐다. 33원정대의 전투는 절대 만만하지 않다.
화려한 액션도 보는 맛을 더했다. /인게임 캡처
보스들이 상태 이상, 방어막, 점프 타이밍 등 다양한 패턴의 공격을 이어간 덕에 몰입감 넘치는 전투도 가능했다. 여기에 화려한 전투 효과와 액션이 더해지니 스토리 라인 못지않은 재미가 있었다. 다른 게임에서는 평소 불필요한 전투를 피하고 몬스터를 도망 다녔는데, 33원정대에서 상대 몬스터를 공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초보 유저도 걱정할 필요 없다.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난이도가 세분되어 있고, 게임 중간에도 언제든지 옵션을 바꿀 수 있다. 미니맵이 없어 길을 못 찾을까봐 걱정이기도 했는데, 이 역시 문제없었다. 맵이 복잡한 미로처럼 되어 있지 않고, 진행에 필요한 주요 오브젝트는 눈에 띄게 설정해 놨기에 쉽게 찾을 수 있다.
신비로운 자연에 시체의 산이 쌓여있다. /인게임 캡처
신비한 월드맵도 인상적이었다. 아름답고 신비한 자연 배경과 함께 앞서 도전에 나선 원정대의 시체가 동시에 나뒹굴고 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듯한 주변 환경과 기괴하고 섬뜩하면서도 묘한 느낌을 주는 몬스터들도 등장한다. 다른 게임에서 쉽게 보기 힘든 느낌의 그래픽이었다. 

새벽에 33원정대를 하느라 다음 날 출근에 지장이 생길 정도였다. 새벽까지 게임을 붙잡고 있느라 아침이 힘들었다. 아직 엔딩을 보지 못했다. 시간만 있다면 엔딩까지 멈춤 없이 프리패스다. 33살이 하루 남은 32살이라는 마음으로, 이번 주말은 33원정대에 올인이다. 
이윤파 게임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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