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우대권 활용 교통비 부담 없어
생계 비롯 일 있는 삶에 노인들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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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10시 18분께 서울 중구 한 실버 퀵 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리자 6년차 실버 퀵 배달원 강영규(75)씨가 나갈 채비를 했다. 이날 오전 7시 40분께 사무실로 출근한 강씨는 2시간 30분이 지나서야 건대입구역에서 을지로입구역으로 물건을 배달하는 첫 일감을 받았다. 강씨는 배낭에 간식과 음료수 등을 챙겨 사무실 근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건대입구역에 도착한 강씨는 의뢰인을 만나 쇼핑백 4개를 받았다. 의뢰인은 "빠르고 비용도 저렴해 만족도가 높다"며 "평균 주 3~4회 이용한다"고 했다. 의뢰인 물건을 들고 다시 지하철에 몸을 실어 10개 정거장 떨어진 을지로입구역으로 향한 강씨는 "(배달 일하러) 나와서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고, 돈도 생기니까 보람차다. 아침에 눈 뜨면 갈 데가 있다는 게 좋다"며 미소 지었다.
근거리 배송(퀵커머스)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6070 중장년층의 재취업을 돕는 '실버 퀵'이 대중화되고 있다. 소득원이 마땅치 않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근거리 도보 배달 일자리를 제공하며 최근엔 서울시도 '실버 퀵' 배달원 모집에 나섰다.
실버 퀵은 주로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서류, 음식, 꽃, 장례식 근조기 등 다양한 물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다. 1건당 기본 배달료는 최소 1만2000만원 선이며, 만 65세 이상 노인은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는 우대권을 활용해 이동하는 구조라 교통비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 사이에선 최저임금보단 소득이 적지만 교통비 부담 없이 일할 수 있기에 '실버 퀵'에 하나둘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실버 퀵 지하철 택배 사무실에서 만난 16년차 최고령 배달원인 백남기씨(86)는 "70세가 넘으면 어디서 써주는 사람이 없다. 최저임금보다 못한 벌이지만 이 나이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고령화 시대 노인 재취업이라는 취지로 '실버 퀵' 배달원 모집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5월부터 60세 이상 서울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실버 퀵(택배) 배달원'을 모집하고 오는 10월까지 매달 50명씩 300명의 배달원을 선발한다.
배기근 실버 퀵 대표는 "최연장자가 85세일 만큼 노인들 사이에선 실버 퀵 배달원으로 많이들 오고 싶어 한다"며 "실버 퀵은 지하철로 이동하는 구조라 교통비 부담이 없기 때문에 날이 풀리면서 수요가 더 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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