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 내부서도 세분화 반대 20%
의사단체 '책임소재 불분명' 반발
|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지난 25일 '간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진료지원(PA)간호사의 법적 지위와 역할 규정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
이번 하위법령의 주요 취지는 그동안 법적 지위 없이 활동해온 PA 간호사들에게 '전담간호사'라는 공식 명칭을 부여하고, 이들의 업무 범위를 구체화하는 데 있다. 쟁점의 중심에는 대한간호협회(간협)가 제안한 '18개 분야 세분화'가 있다. 간협은 △중환자 △호흡기 △근골격부터 △내과일반 △외과일반까지 총 18개 영역으로 전담간호사의 업무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간협 관계자는 "현장 간호사들은 이미 오랜 기간 병원에서 공식적 인정 없이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해왔다"며 "전담간호사 제도는 독자적 진료권 부여가 아닌, 교육과 경력을 갖춘 인력이 규정된 범위 내에서 진료를 보조하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간호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간호과학회 등 21개 간호단체는 자체 조사에서 응답자 1062명 중 18개 분야 세분화에 동의한 비율이 20.2%에 불과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미국 등은 오히려 간호사 분야를 단순화하는 추세"라며 "전담간호사 18개 분야와 기존 전문간호사 13개 분야 간 관계가 모호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계의 내홍과 별개로, 의사단체는 환자 안전을 이유로 PA간호사 제도화 자체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기관삽관이나 요추천자 같은 고위험 의료행위를 간호사가 수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책임소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단체 및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토대로 하위법령을 마련 중"이라며 "적절한 교육 과정을 통해 진료지원 간호사 제도의 세분화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이 단순한 제도 개선 차원을 넘어 의료계 내 근본적인 권한 재분배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특히 의정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또 다른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정책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이번 논쟁은 단순한 직역 다툼이 아닌 '의료행위의 주체'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며 "간호법 하위법령이 촉발한 이 논의가 궁극적으로 한국 의료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