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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50주년 베트남] ‘호치민 바라보며 먹는 빅맥’ 통일 베트남은 어떻게 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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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4. 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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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오는 30일 통일 50주년을 맞이한다. 베트남 짱띠엔 거리에 위치한 맥도날드 매장의 모습/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사이공 해방'과 북베트남(베트남민주공화국)의 승전 소식이 전해진 1975년 4월 30일의 베트남 하노이의 호안끼엠 일대는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몰려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호안끼엠에서 3대가 거주했다는 '토박이' 마이(78)씨는 "학교와 회사도 일과를 일찍 끝내줘서 모든 사람들이 호안끼엠으로 쏟아져 나왔다. 지금처럼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많던 것도 아니고 자전거도 귀하던 시절인데 도로가 하노이 전역에서 몰려든 자전거와 인파로 붐볐다"며 "아마 하노이 최초의 교통체증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미국을 이겼다"·"조국이 통일됐다"는 환호가 가득했던 이 곳엔 50년이 지난 지금 호치민 주석의 그림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시민과 관광객들은 건너편 맥도날드에 앉아 호치민 주석을 바라보며 빅맥과 코카콜라를 즐긴다. '항미전쟁'을 펼쳤던 베트남의 수도엔 맥도날드·스타벅스 매장들이 들어섰고, 전쟁 직후 가난했던 베트남은 이제 애플과 삼성 등 각종 글로벌 브랜드들의 생산기지로 떠올랐다.

베트남은 오는 30일 베트남전쟁 종전과 통일 50주년을 맞이한다. 흔히 '베트남전(월남전)'은 미국과의 전쟁만을 떠올리지만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과 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으로 나뉜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트남을 다시 식민지로 삼으려던 프랑스와 이에 맞선 호치민이 이끈 베트남 민주공화국이 1946년부터 1954년까지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을 벌였다.

이후 1954년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참패한 프랑스가 물러났지만, 이후 체결된 제네바협정에서 베트남은 베트남 민주공화국(북베트남·월맹)과 베트남 공화국(남베트남·월남)으로 분단됐다. 공산주의 확산을 경계했던 미국은 남베트남을 적극 지원했다. 남베트남에서는 응오딘지엠 정권에 반대하는 친북 게릴라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NFL·베트콩)이 등장했다.

당초 NFL과 월남정부간의 내전으로 시작됐던 베트남전은 1964년 8월 통킹 만에 정박 중이던 미군 구축함이 북베트남 어뢰에 피격당한 통킹만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북베트남을 폭격하고 대규모 지상군을 파병하며 전면전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북베트남과 베트콩의 게릴라전과 반전 여론 등으로 수세에 몰린 미국은 결국 1973년 베트남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2년 후 북베트남이 월남의 수도 사이공을 점령하며 전쟁을 끝냈다.

북베트남이 승리하며 19세기 프랑스의 식민지가 됐던 베트남은 약 1세기 만에 통일된 독립 국가가 됐다. 하지만 1970년대 말 캄보디아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또다시 제3차 인도차이나 전쟁을 벌여야했고,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실패 등이 이어지며 빈곤국에 머물렀다.

어려움을 겪던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쇄신)'을 내건 개혁·개방 정책으로 '대전환'을 시도했다. 전쟁 이후 찾아온 평화를 유지하고, 부유한 나라를 만들자는 '쇄신'이란 일념으로 베트남은 한국과 1992년, 미국과 1995년에 국교를 정상화했다.

한때는 전장에서 베트남과 총부리를 맞댔던 한국과 미국은 베트남 외교관계의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올라섰고, 중요한 협력국으로 거듭났다. 베트남 등 공산권 국가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도 '형제국'의 일원으로 합류해 중요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수조치 등으로 세계 무대에서 포위당했던 베트남은 이제 12개국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했고 17건의 양자·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등 "신뢰할 수 있고 책임감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났다.

50년 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달러(14만 4000원) 남짓하던 베트남은 1990년대 이후 연 5~9%의 고도성장을 일궈냈고 현재는 1인당 GDP 4600달러(약 662만원) 수준의 중진국으로 올라섰다. 통일 이후 역량을 결집해 개혁개방에 나선 베트남은 이제 2045년까지 고소득 선진국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주한베트남 대사를 역임했던 응우옌 부 뚱 베트남 외교아카데미 교수는 "과거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도 베트남은 미래지향적 접근과 전방위 협력을 기본 원칙으로 화해를 이끌어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화해는 베트남 외교 정책의 중요한 축"이라며 "누구에게도 증오나 원한을 품지 않고 모든 국가와 우호 관계를 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상대국 역시 상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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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50주년을 축하하는 문구가 적힌 하노이시 인민위원회 청사(시청) 앞을 지나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모습/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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