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과장 "당연히 시민 제지…의원 체포 유추할 상황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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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29일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전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등 경찰 지휘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5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오전엔 국군방첩사령부에 경찰 명단을 보냈던 박창균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재판에선 박 전 과장과 이현일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계장의 계엄 당일 통화 녹취가 재생됐다.
해당 녹취에서 이 계장은 박 전 과장에게 "지금 방첩사에서 국회 체포조 보낼 거야. 현장에서 방첩사 2개 팀이 오는데 인솔하고 같이 움직여야 할 형사 5명이 필요하다"며 "명단을 좀 짜줘. 근데 경찰 티나지 않게 사복 입어. 형사조끼 입지 말고" 등의 지시를 내렸다. 이에 박 전 과장이 "누굴 체포하는 거냐"고 묻자 이 전 계장은 "누굴 체포하겠냐. 국회에 가는데"라고 답했고, 박 전 과장이 크게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녹취록에 담겼다.
경찰이 방첩사의 목적이 국회의원 체포임을 파악하고 경찰 명단을 요구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박 전 과장은 당시 이 계장의 지시가 시민들의 집단 행동을 제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국회의원 체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지하지는 못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과장은 "긴급한 상황이었고 상급기관인 본청에서 지시한 것"이었다며 "위법·부당한 내용의 지시가 아니었을 뿐더러 이를 판단하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이 "국회로 가서 누구를 체포한다고 생각했냐"고 묻자 박 전 과장은 "현장에 시민들이 많이 몰려들고 있었고, 계엄이 발동된 상황인 만큼 질서유지, 집단 폭동 등 시민들의 범죄를 대비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전 계장이 '누굴 체포하겠냐'고 반문한 것에 크게 한숨을 쉰 이유에 대해서도 박 전 과장은 "당연히 시민들의 집단적 행동에 대해 제지하거나 조치한다는 생각이었고, 방첩사에서 몇명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쪽) 들은 명단은 소수라 그 인원으로 현장에서 체포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평소 활동에 비하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 너무 힘들거라 생각해서 한숨 쉰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체포조가 국회로 가니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해 한숨을 쉰 게 아니냐"고 재차 묻자 박 전 과장은 "정보를 들은게 없고 내용을 유추하거나 예측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