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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신감 무색한 지뢰밭 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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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4. 29. 14:37

현재 경제 둘러싼 상황 험난
하지만 中 당국은 자신감 충만
막연한 자신감보다 대책 강구 필요
식당
베이징 CBD에 소재한 한 유명 고급 식당. 손님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있다. 미중 관세 및 무역전쟁의 여파로 경기가 싸늘히 식어버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듯하다./징지르바오(經濟日報).
아시아투데이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 중국은 올해에도 지난해와 같은 5% 전후의 성장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미국도 부담스러워하는 중국 경제의 저력만 놓고 볼 경우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경제 당국이 여러 변수들을 모두 감안한 내부의 난상 토론까지 마친 후 설정한 목표라면 더욱 그렇다고 해야 한다.

때문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비롯해 인적자원사회보장부, 상무부, 런민(人民)은행 등의 4개 부처가 28일 가진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대외적으로 다시 한번 공표한 것은 분명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즉 미즈쯔신(蜜汁自信)이 절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리하게 이어지는 미중 관세 및 무역전쟁, 중국 경제가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을 다 합쳐 미시적으로 분석할 경우 얘기는 상당히 달라진다고 해야 한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작심한 채 시작한 관세 및 무역전쟁의 여파가 장난이 아니다. 비록 그가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탓에 분위기가 다소 나아지고는 있으나 일선 경제 현장은 여전히 어수선하기만 하다. 중국 경제의바로미터라고 해도 좋을 베이징시의 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통계들을 살펴보면 현실을 잘 알 수 있다. 우선 3월의 소비재 소매 총판매액을 꼽을 수 있다. 전년 동기 대비 9.9%나 줄어들었다.

1∼3월의 케이터링 매출액 역시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 경제가 지난해 내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하의 물가 하락) 현상의 빈번한 도래에서 알 수 있듯 소비 부진으로 허덕였다면 현 상황은 더 처참하다고 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도 인파로 붐볐던 베이징의 CBD(상무중심구), 둥쓰제(東四街) 등의 유명 레스토랑들이 속속 문을 닫는 것은 이제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도 있다.

이 현상은 말할 것도 없이 베이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上海)와 광둥(廣東)성 선전시 등의 1선 도시들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마디로 전 대륙 경제가 소비 급감이라는 늪에 빠진 채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의 빈번한 도래에 대한 우려는 절대 기우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경기 활황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해야 할 외지인들의 1선 도시 유입 급감 현상 역시 예사롭지 않다. 폭발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표현을 써도 하나 이상하지 않을 국면이 아닌가 보인다.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상디(上地)의 모 인력회사 중역인 친중스(秦中實) 씨가 "지금 베이징 일대에 공사 현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인력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꾸준히 오고는 있다. 하지만 쓸 인력이 없다"면서 외지인들의 베이징 유입이 과거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면서 안타까워하는 것은 이로 보면 충분히 이해의 소지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제조업 현장에도 관세 및 무역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는 드리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의 상당수 기업들은 대미 수출을 중단한 상태에 있다. 창고 등에 물량이 대량으로 쌓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공장을 풀가동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직원들을 계속 출근하도록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리해고의 유혹을 강하게 느끼지 않는다면 이상하다고 할 수 있다. 선전을 비롯한 대륙 남부 지방에서는 이미 현실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수 침체 등의 도래, 기업 파산의 뉴노멀(이상)이라는 악몽은 또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나중에는 악순환의 반복도 현실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체질이 튼튼하다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기대 난망이라고 해야 한다. 전체 경제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많이 망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GDP(국내총생산)의 4분의 1을 담당한다는 부동산 산업의 상황을 살펴보면 알기 쉽다. 부도나 파산에 직면하지 않은 거대 부동산 개발업체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해야 한다.

이 와중에 청년 실업과 고질적인 생산 과잉 문제는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이라는 말을 써도 하나 이상하지 않다고 단언해도 좋다. 스위스 대형 투자은행 UBS가 지난 15일 올해 중국의 GDP 증가율 예상치를 3.4%로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좋다. 하지만 막연한 '근자감'은 현실을 오판하게 만드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중국이 자신감을 가지되 보다 적극적이고도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면서 미국과의 관세 및 무역전쟁에 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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