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공동대응…기한 연장 요청
"의협 없인 무의미"…5월 출범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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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전날 저녁 "여러 사유로 추천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공문을 복지부에 발송했다. 이는 지난 17일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공포 직후 복지부가 의협과 대한병원협회(병협), 대한의학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의료계 단체들에 보낸 추계위원 추천 요청에 대한 답변이다. 마감일인 전날까지 병협과 일부 소비자·환자단체는 추천을 완료했으나, 의협을 비롯한 대다수 의사단체들은 발을 뺀 상태다.
갈등의 핵심은 '공급자 단체'의 범위와 추천 인원 배분을 둘러싼 해석 차이에 있다. 보건의료기본법은 추계위를 총 15명으로 구성하며, 이 중 과반(8명)을 '공급자 단체'가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협은 이 조항에 대해 "법상 '보건의료 공급자를 대표하는 단체'는 의사 직종의 경우 의협만 해당하며, 의료기관단체로는 병협이 유일하다"고 주장하며, "의료계 추천 8명 중 의협이 7명, 병협이 1명을 추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는 공문을 발송한 6개 의료계 단체 모두가 공급자 단체에 해당한다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견해차는 의협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의협은 이날 별도 성명을 통해 한층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의협은 "복지부가 기본 원칙도 없이 위원회 구성에만 급급해 강행하고 있다. 이미 정당성과 명분을 잃었다"며 "복지부의 여전한 의료농단과 의료계 갈라치기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특히 "추천 요청을 한 단체와 위촉 정원, 최종 선정 기준과 방법 등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해달라는 요청 공문을 보냈음에도 복지부는 아무런 답변 없이 끝까지 협회를 무시하고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전날 오후 의협을 비롯한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5개 단체는 긴급 회의를 열고 의협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로 뜻을 모았다. 이는 위원회 구성의 공정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의협의 연장 요청으로 추계위 출범 시기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당초 복지부는 이르면 오는 5월 중 추계위를 출범시켜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첫 단추부터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장 신청을 받아줄지 여부에 대해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최종 결정 전까지는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의협의 참여 없이 추계위를 구성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사 인력 수급을 논의하는 위원회에 최대 의사단체가 빠진다면 그 결과의 사회적 수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의협 없이 추계위가 출범할 경우 오히려 의정갈등의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복지부도 비록 일정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의협의 연장 요청을 수용하고 갈등 해소를 위해 문을 열어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의료정책 전문가는 "추계위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심의기구로 제 역할을 하려면 위원 구성 단계부터 공정성과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의협도 원천적인 추천 거부보다는 적절한 기준이 마련되면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만큼, 정부와 의료계 간 협의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