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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일렉트릭 리더들] “전선업계 TSMC 되겠다”… 구본규, 선제적 美 투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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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이지선 기자

승인 : 2025. 04. 29. 17:49

지난해 7월부터 美 공장 건립 준비
세계 최고 수율로 시장 적극 공략
구본규 사장 "고객친화 수주 자신"
LS전선이 한 발 빠른 투자로 미국 공급망 재편 및 글로벌 인프라 전환에 대응한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사장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7월부터 시장 성장을 내다보고 현지 공장 건립을 결단했다. 구 사장이 미국 퍼듀대에서 경영학 학사·석사학위(MBA)를 받고 미국 법인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한 만큼 현지 사업 동향을 빠르게 파악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구 사장은 공장 착공식에 참석한 글렌 영킨 버지니아주 지사·팀 케인 연방 상원의원·릭 웨스트 체서피크 시장 등 주요 인사뿐 아니라 이번 투자 결정에서 실무역할을 한 주정부 및 시정부 책임자, 그리고 지역사회 인사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그는 미국 공장을 거점으로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전환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으로, '전선업계의 TSMC'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높은 수율과 신뢰도·글로벌 생산으로 고객 친화적인 수주를 통한 시장 공략에 나서겠단 의미다.

29일 LS전선에 따르면 자회사 LS그린링크를 통해 버지니아주 체사피크 시에 짓는 해저케이블 생산 공장 투자 규모는 6억8100만 달러(한화 1조원) 수준이다. LS전선은 이번 공장 건설로 미 버지니아 주정부로부터 480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세제혜택을 받기도 했다. 이로써 미국 에너지부(DOE)의 9900만 달러 지원을 포함해 총 1억 4700만 달러(2027억원)가량의 지원을 받는다.

구 사장은 지난해 7월 투자를 결정하며 세계 해저케이블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미국 내 해저케이블 인프라가 제한적인 만큼 현지 조달 확대와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구 사장은 생산량과 기술뿐 아니라 고객 맞춤형 제조 능력에서의 장점을 살려 전선업계의 TSMC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 및 한국 특파원들과 영어·한국어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전선 사업의 특성은 납품뿐만이 아니라 엔지니어링이 있다"며 "어떤 사양으로 어떻게 만들지를 고객의 요구 조건을 맞춰야 하는데, 경쟁사들이 외면하는 고객에 맞춤형으로 하는 게 LS전선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선업계의 TSMC인가'라는 추가 질문에 "TSMC는 업계 1등이면서 고객 맞춤형 제조를 하는 기업인데, 우리도 TSMC처럼 되고 싶다"고 답했다. 대만 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는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수율과 신뢰도, 고객 맞춤형 수주로 업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LS그린링크는 이 공장에서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을 생산한다. 대용량의 전류를 멀리 보낼수 있는 장거리 송전망에 도입되는 제품으로, 해상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에 주로 사용된다. 회사는 완공 이후 2030년까지 해당 공장에서 누적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오는 2028년까지 미국 고전압케이블 시장은 10억 달러(1조4000억원)를 넘길 전망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기수 LS그린링크 법인장은 "미국의 2024년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한국 연간 전력 수요(62GW)의 절반인 32GW에 달하며, 2030년에는 120GW로 세 배 이상 증가할 전망으로 케이블 수요도 급증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LS전선은 이번 프로젝트로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중동을 아우르는 글로벌 해저사업 공급망을 구축하는 한편, LS마린솔루션·LS에코에너지와의 사업 시너지도 도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매출 10조 원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구 사장은 추가 투자 계획에 대해 "길이 50∼60㎞ 이상인 케이블 운송에 특수선박이 필요해 수요처에 거점별로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거점과 분산된 바큇살) 모델처럼 접근성이 좋으면 경쟁 우위가 있다"며 "그런 관점에서 다른 지역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LS전선은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 베트남 등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구 사장은 "LS그린링크 공장 건설은 LS전선이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급증하는 글로벌 해저케이블 수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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