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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재미없어진 축구, ‘R9’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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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기자

승인 : 2025. 04. 30. 13:26

이장원
이장원 문화부 기자.
최근 소셜미디어에는 축구가 예전만큼 재미있지 않다는 내용의 게재물이 다수 올라온다. 그 어느 때보다 전술이 체계화됐고 선수 관리가 선진화됐으며, 비디오판독(VAR)까지 보편화돼 판정 논란도 줄었는데 이상한 일이다.

이와 관련해 측면 공격수들은 과거와 주로 비교되는 대상이다. 소셜미디어에는 현대 측면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희화화하는 영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수비수 한두 명을 가볍게 제치거나 확연히 빠른 속도로 돌파를 하던 과거 선수들에 비해 지금의 선수들은 일단 백패스를 한다. 동네에서는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싶은 축구팬들은 답답하다.

현대 축구에서 많이 시도하지 않는 것 중에는 중거리슛도 있다. 열리면 때린다고 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 축구는 득점 확률이 낮은 곳에서는 좀처럼 슛을 하지 않는다. 이와 비슷하게 직접 골망을 가르는 프리킥 골도 줄었다. 여러 요인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고만고만한 장면만 보는 축구 팬들은 답답하다.

이런 흐름이 고착화되면서 온라인에서는 가끔 '축구에 2점슛을 도입하면 어떨까'라는 가정으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중거리슛에 2점을 주는 것이다. 요즘 대세인 인공지능(AI)에 물으니 수비라인 변화로 공간이 넓어지고 더 많은 기회와 혼전이 발생할 것이라는 대답이 나온다. 가슴이 설레는 이야기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10~20대 축구팬들은 무슨 소리냐고 할지도 모른다. 국내 K리그만 봐도 관중석이 텅텅 비던 과거와는 달리 팬덤이 두텁게 형성돼 일부 구단은 표 구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충분히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는 24세 때 이미 월드컵에서 12골이나 넣었는데 과거 선수에 비해 어디가 부족하냐는 반론도 타당하다.

하지만 한두 세대를 목도한 축구팬들의 말이 얼토당토아니한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선수들이 대체로 뛰어난데 특기나 개성이 없어졌다고 지적해 왔다. 빌드업 중심의 물샐 틈 없는 계획된 전술을 기반으로 한 축구의 한 시대가 지나면서 가려졌던 이면이 점차 드러났다고도 볼 수 있다. 잉글랜드 대표 공격수였던 마이클 오언은 현재 선수들은 축구선수가 아닌 운동선수라는 취지의 비판을 내놓은 적도 있다.

사실 재미라는 것은 주관적인 영역에 속하고 인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축구의 흐름은 언제나 변화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흐름에 맞춘 선수들을 탓할 일도 아니다. 다만 이전 세대를 본 축구 팬들이 모든 공식을 거부했던 'R9' 호나우두를 유난히 그리워하는 데는 이유가 있기도 하다. 숫자와 통계, 분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함에 대한 향수다. 한 선수의 개성은 축구만의 묘미인 의외성과도 맞닿아 있다. 축구의 공식과 철학이 너무나도 명확하고 확고한 이 시대에 조금은 다른 생각과 본능을 가진 괴짜 천재의 탄생을 바라는 것이 괜한 푸념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화면 캡처 2025-04-30 122558
호나우두 인스타그램 캡처.
이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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