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 APEC 준비로 불출석
한국경제 중책 와중 책임감 드러내
외부 전문가 참여 정보혁신위 구성
"보안 아닌 안보체계 제대로 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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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전체 역량을 총동원해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게 최 회장 뜻이다. SKT는 단순 통신사 개념을 떠나 그룹의 AI(인공지능) 사업을 이끌어 나갈 첨단산업 주역이다. 국가기간통신사업자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결국 초연결 AI시대 '보안' 역량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보고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번 연휴 내내 사태 수습 방안을 고민하다 직접 나설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한 주 앞으로 다가온 1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대비해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과 한미 통상 관련 회의를 준비해야 하는 와중에도 SKT 사태 해결을 위해 결국 직접 단상에 오르기로 한 셈이다.
제주에서 열리는 APEC 통상장관회의엔 미국 관세정책을 총괄 지휘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참석한다. 각 국 통상 수장들이 일제히 나서 관세정책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한 긴밀한 접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호스트인 한국의 재계 수장으로서는 초특급 메인이벤트나 다름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암참'은 한국에 투자하고 사업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연합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이 이들과 함께 그리어 대표를 대상으로 벌이는 아웃리치는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이 8일로 예정 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 불출석을 통보한 배경이다. APEC은 오는 10월 말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국가 정상회의로 전쟁·무역 환경의 변화 속 전환점으로 기대되는 올해 최대 정치·경제 이벤트라 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여기서도 CEO 서밋 의장을 맡아 개최 과정을 직접 챙기고 있다.
최 회장이 SKT 사태 해결을 위해 밝힌 해법은 전 그룹에 걸쳐 보안 투자를 강화하고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축하는 것이다. SKT는 그룹이 미래사업으로 추진 중인 AI사업 정점에 있는 컨트롤타워다. 필수인 '보안'에 대한 신뢰에 흠집이 생긴 만큼 이를 극복하는 중요한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
이날 최 회장은 "전 그룹사를 대상으로 보안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보안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면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중립적 시각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단순히 보안 문제가 아니라 국방이라고 생각해야 할 상황"이라며 "국방 상황을 짜고 안보 체계를 제대로 세우는 게 중요한 상황이고 생명을 다룬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언급한 부분은 이번 사안을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 회장이 언급한 보안 정보보호혁신위원회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다. 또한 확대한다고 밝힌 보안 투자 규모는 어느 계열사가 위원회를 주도할지와 함께 향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한 진행 상황은 SKT 외 그룹 전체의 회의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지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다음달에도 주요 회의 중 하나인 경영전략회의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리밸런싱 작업 중심에 AI를 뒀다. SK그룹은 AI의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것으로 보고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운영개선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있다. SKT는 그룹에서 AI 사업의 컨트롤타워로서 그룹사 간 AI의 시너지도 창출해야 하는 역할을 지니고 있다.
이날 최 회장은 "이때까지 (보안을) IT 보안으로 생각하고, 그분들께만 주로 전담되고 있었는데, 이런걸 넘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상황인지 깨닫고 그룹 전반이 나서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다"면서 "관리에도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