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교육보험서 출발한 교보생명… 신창재號 출범후 자산 96조 ↑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509010003303

글자크기

닫기

이선영 기자 | 김민혁 기자

승인 : 2025. 05. 08. 18:01

[신창재의 꿈, 교보 금융그룹화]①
신창재 체제 25년, 규모·수익성 UP
창업주 故신용호 장남으로 의사 출신
'고객중심경영' 25년 자산 372% 키워
5년 단위 비전 수립해 미래동력 구축
父 뜻 이어 인본주의·사회적책임 강조

신창재 회장의 숙원이기도 한 금융지주사 전환은 보험산업의 저성장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교보생명의 돌파구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성장 한계에 직면한 국내 보험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기도 하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FI(재무적 투자자)와의 풋옵션 분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교보의 금융그룹화'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이에 12대 종합일간지 아시아투데이는 금융지주사 전환을 앞둔 교보생명의 성장 과정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신창재 회장이 교보생명 경영 참여를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을 이끌 수장으로 경영인이 아닌 의사 출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고(故)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장남인 신 회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를 지내고 있었다. 신 회장이 교보생명 경영에 참여하게 된 건 1996년 암 투병 중이던 신 창립자가 신 회장에게 가업을 이을 것을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경영능력을 입증할 틈 없이 의사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경영에 나섰던 신 회장은 2000년 회장으로 취임했고 25년째 교보생명을 이끌고 있다.

신 회장은 취임 이후 교보생명에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섰다. 보험상품 판매에 집중하기보다는 고객 중심의 내실성장에 집중하겠다는 방향성을 내놨다. 경영혁신을 주도한 결과 신 회장은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교보생명 성장을 견인했다. 취임 당시 IMF 외환위기 여파로 순손실을 기록했던 교보생명은 현재 연간 7000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26조원 수준이었던 자산 규모도 122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생보업계 '빅3'를 유지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교보생명의 자산 규모는 122조4090억원으로 신 회장 취임 첫 해인 2000년(25조9443억원) 대비 372% 성장했다.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은 지난해 6987억원을 기록하며 7000억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취임 첫 해인 2000년엔 적자를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신 회장 체제에서 교보생명은 높은 성장을 이어온 것이다.

오너 CEO인 신 회장이 위기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대대적인 경영혁신에 나선 결과,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의사 출신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

교보생명의 모태는 신 창립자가 1958년 8월 설립한 '대한교육보험 주식회사'다. 신 창립자는 '국민교육진흥'과 '민족자본형성'이라는 창립이념을 내세우며 사명에도 '생명보험'이 아닌 '교육보험'을 활용했다. 그는 교육에 생명보험 원리를 접목한 교육보험을 창안했다. 교육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키우고, 보험을 통해 자립경제의 바탕이 될 자본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던 것이다.

교육보험의 인기 등에 힘입어 교보생명은 성장을 거듭했고, 신 회장이 회사를 이어받은 2000년대에는 이미 업계 상위권 생보사로 평가됐다.

하지만 신 회장의 취임 시기는 좋지 않았다. IMF 외환위기 여파로 거래하던 대기업이 연쇄 도산하면서 2조4000억원의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취임 첫 해부터 371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신 회장이 선택한 건 경영 혁신이었다. 판매 위주의 외형 경쟁을 중단시키고 고객 중심, 이익 중심의 내실경영을 주문했다. 회사 중심이었던 사고를 고객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다. 단순히 매출을 늘리는데 급급하기보다는 경영효율, 생산성 향상에 주력했다. 지난 2011년부터 전개하고 있는 '평생든든서비스'도 그 일환이다. 이 서비스는 신규 계약보다 기존 고객의 유지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 회장은 비전경영에도 적극 나섰다. '모든 사람이 미래의 역경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도와준다'는 핵심목적과 '브랜드 선호도 1위 회사'라는 비전2010을 만들었고, 이후로도 '고객보장 No.1'(비전2015), '상품·채널 혁신 No.1'(비전2020) 등 5년 단위로 비전을 수립해오고 있다.

또 2002년 교보보험심사주식회사(현 KCA손해사장), 2008년 교보악사자산운용, 2013년 교보라이프플래닛을 각각 설립하며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힘썼다. 2023년에는 파빌리온자산운용(현 교보AIM자산운용)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교보다솜케어를 설립했다. 최근에는 SBI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다.

경영혁신을 펼쳐온 신 회장이지만, 선친의 뜻은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인본주의 경영철학이다. 신 창립자는 "보험업은 인재산업이다. 사람을 아끼고 키워야 회사가 발전한다. 그것이 나의 신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신 회장 역시 최근 신입사원들에게 "생명보험 사업은 사람이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인재에 대한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기업의 이윤추구는 최종 목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경영철학 역시 신 창립자부터 신 회장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산문화재단을 통한 한국문학 후원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교보문고에 대한 애정도 지속되고 있다. 1981년 설립된 교보문고는 교보생명 그룹 내에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 회장 역시 교보문고가 단순한 서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일찍부터 디지털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디지털 전략을 추진해왔다. 과거 전산화 작업을 추진하며 "앞으로 컴퓨터를 모르면 간부가 될 수 없다"고 말하곤 했던 신 창립자와도 닮은 꼴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이후 교보생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며 "교보생명이 당기순이익도 많이 내고 건전성도 좋은 탄탄한 회사로 평가받는 배경에는 신 회장의 경영능력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영 기자
김민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