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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말도 요양소에서 여생을”… 농식품부·마사회, 말 복지 선진화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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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정영록 기자

승인 : 2025. 05. 09. 11:04

전북 장수 소재 마사회 장수목장 가보니
국내 최초 말 요양소 마련… 방목형 관리
퇴역 경주마 승용 전환… 말 활용도 향상
모니터링 센터 운영·말 등록 의무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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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에 위치한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에서 국내 최초로 마련한 말 요양소에 입소한 '유니콘'. /정영록 기자
"말 복지 강화는 세계적 트렌드인 동시에 지속가능한 말 산업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입니다." (이경주 한국마사회 말산업기획부장)

지난 8일 전북 장수군에 위치한 한국마사회 장수목장. 이곳은 국내 최초로 퇴역 경주마 및 승용마 등의 편안한 여생을 지원하기 위해 '말 요양소'가 마련돼 있다. 요양소에 있는 말들은 좁은 마방(馬房)이 아닌 넓은 초지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시간을 보낸다.

이날 오후 방문한 장수목장 내 말 요양소에는 퇴역 경주마 2마리와 지난해 충남 공주시에서 불거진 학대사건 피해마 '유니콘' 등이 얼굴을 내밀고 관람객들의 간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니콘은 지난해 10월 공주 무허가 폐마목장에서 구조됐다. 2006년 독일에서 승용마로 수입된 유니콘은 구조 이후 임시보호소에서 4개월간 관리를 받았다. 20살이 넘은 고령 탓에 입양처를 구하지 못하고 있던 중 마사회가 올해 초 장수목장으로 데려왔다.

유니콘은 방치된 학대 피해마였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깔끔한 모습이었다. 체고(땅에서 말 등까지 길이)가 170㎝을 웃도는 몸집은 금방이라도 초지를 내달릴 듯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유니콘을 처음 데려왔을 때는 몸무게가 450㎏이었지만 현재는 약 500㎏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며 "승용마로 길러져 사람의 손을 많이 탔던 탓에 지금도 사람을 잘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사회는 올해 시범사업 '홀스 앤 피스(horse & peace)' 프로그램 일환으로 상반기 중 장수목장에 말 요양소 인프라를 마련한다. 이후 하반기까지 마사회 소속 말 10두를 들여와 일종의 '방목형 요양' 효과 등을 평가할 계획이다.

이같은 요양 프로그램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말 복지 제고대책(2025~2029)'과 연결된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달 30일 지속가능한 말 산업 발전 및 복지 사각지대 최소화를 위해 '말 보호 모니터링센터' 운영, '말 등록제 의무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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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에 위치한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에서 국내 최초로 마련한 말 요양소에 입소한 퇴역 경주마들. /정영록 기자
모니터링센터는 말 사육시설의 학대·방치 행위 등으로 격리가 필요한 경우 신고접수, 구호·재활을 지원한다. 감시 기능 강화를 위해 신고 시 사례금도 지급한다.

말 등록제의 경우 경주마에 한해 의무적으로 시행된 제도를 승용마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말 용도 및 정보 등을 말산업정보포털 '호스피아'에 등록하면 관련 이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말이 어떤 관리를 받았는지, 건강상 문제는 없는지, 용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고 생애주기형 복지 제공도 가능할 전망이다.

아울러 퇴역 경주마의 승용마 전환도 추진한다. 은퇴마 활용도를 높이고 생활 승마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마사회에 따르면 은퇴 경주마는 연간 1300~1400두에 달한다. 2029년까지 매년 발생하는 은퇴마 중 절반을 승용마로 전환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정비할 방침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말 수명이 보통 30년 정도인데 경주마의 경우 7세즈음 은퇴를 한다"며 "계속 움직여야 하는 말 특성상 은퇴 이후 승용마 전환 등으로 건강 관리 및 활용도 제고 등을 도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 복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등록제 의무화로 소유자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며 "익명화된 거래, 관리 등이 방치나 학대로 이어진다. 말 복지를 위해서라도 등록제 의무화는 반드시 필요한 선결 과제"라고 덧붙였다.
정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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