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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북·중·러 밀착, 대응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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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5. 12. 17:57

조영기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5월 9일은 러시아에겐 특별한 날이다. 이날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종반 무렵 독일 나치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는데 그 의미 때문이다. 올해는 전승 80주년이 되는 해여서 더 특별하다. 그래서 러시아는 '전승절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9개 국가지도자를 초청하고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도 벌였다. 27개국 지도자가 참석했고, 북한 김정은도 참석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대표단만 참석했다. 참석국가의 면면은 아시아, 중남미 등 권위주의 국가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개국과 양자 정상회담도 했다. 이들 중 단연 시진핑 중국 주석이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행사 하루 전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했다. 이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강화 성명'에 서명했다. 이에는 '(서방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포기하라'며 '한반도문제는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의 반대논리인 '외교적 수단을 통한 해결'을 강조한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 긴장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전가하려는 저의에서다. 한반도와 동북아 긴장의 핵심은 북한 핵 폭주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폭주 저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는 눈을 감아왔다. 즉 14차례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제를 중국과 러시아는 구조적 허점을 만들어 북한의 핵 폭주를 암묵적으로 지원해 온 건 알려진 비밀이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핵우산에 시비를 걸고 비핵화 협상 운운하는 건 적반하장의 극치다.

또한 중·러의 공동성명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미·반서방 노선을 강화해 온 북한·중국·러시아의 삼각 연대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즉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의 고립을 노리는 '역(逆) 키신저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자초한 꼴이 됐다. 특히 이번 중·러 정상회담에서 북핵을 용인하면서 '미국의 확장된 핵억제가 지역안정을 위협한다'고 적시했다. 이는 미국이 동북아 지역 안정을 위해 제공하는 핵우산을 없애라는 의미다. 또한 핵무력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이 보인 태도는 표리부동이다.

한편 지난해 북한·러시아 간 군사동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 북한군 1만5000여 명 파병으로 북한·러시아 간 밀착이 더욱 강화됐다. 이처럼 북·러의 밀착이 한반도 안보에 심대한 위협을 증대하고 있다. 특히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전사자 600여 명을 포함해 47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됐다. 북한군 파병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점은 '반대급부', 즉 '어떤 대가인가'이다. 주민의 목숨과 맞바꾼 '대가'는 단순한 외화획득의 차원을 넘어설 것이다. 러시아로부터 기술지원이 북한 핵폭주에 가속도를 붙여주기 때문이다. 즉 미사일의 정확성, 미사일 방어망 돌파 능력 확보, 조기경보기 체계 등을 개선할 경우 더 공격적 핵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북한의 '확증보복전략'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이 전략은 한국 안보에 치명적 위협임이 자명하다.

'확증보복전략'의 핵심은 "핵 공격을 받았을 때 생존 가능한 핵무기를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김정은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방문해 핵능력 고도화 메시지를 발신하고, 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 해군력을 강화하는 것은 '확증보복전략'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2022년 '핵무력 정책법'을 제정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 법은 종전의 전략적 억제(deterrence)에서 전술적 사용(usage)으로 악성 진화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결국 김정은은 핵을 기반한 '확증보복전략'을 확장·고수하겠다는 것이다.

북·중·러는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을 통해 밀착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잘못 대처하면 국가 존망의 위협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해 자동군사 개입과 군사원조 제공이 가능한 군사동맹을 맺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군 역할 조정과 대북확장억제력을 조정하면서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리고 한미일의 공조는 느슨하다. 이처럼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국익·가치 중심의 대외정책을 재정립할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절실하다. 특히 미중의 패권전쟁으로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국익·가치·자강 외교전략이 더욱 절실한 시기다.

우선 국익·가치 중심의 대외정책은 한미동맹의 발전적 진화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특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잘못된 노선을 시정·극복해 의연하고 자주적 한중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한 대중관계는 국가정체성, 국가안보 등이 경제적 문제로 흔들리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중국은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무기로 삼아 한국의 정치·안보 문제에 대해 강압해 온 점을 직시해야 한다. 물론 중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해 주고 한반도통일에 기여해 줄 것이라는 지나친 환상도 버려야 한다. 자칫 경제적 이익 집착이 국가존망의 치명적 문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방안보정책 기조를 국력이 취약했던 시절의 '동맹 의존 자강'의 타성에서 벗어나 세계 10위 선진국에 걸맞은 '자강 기반 동맹'으로 전환해야 한다. 즉 주한미군 방위비의 100% 비용 부담과 함께 한미원자력 협정 개정, 핵개발 잠재력 신장 등으로 자강력 강화의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북·중·러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조영기 전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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